메르세데스 소사
여덟 번째 계단에서 그녀와 만났다.
채사장의 “열한 계단”을 숨차게 오르다 어딘가에서 멈춰 숨을 고른다. 마주친 순간 나는 그녀의 노래 속에서 지난한 삶과 저항, 그리고 인간다움에 매료 되었다.
유튜브에서 “메르세데스 소사”를 클릭하고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Gracias a La Vida)를 듣는다.
“삶에 감사해” “인생이여 고맙습니다” 라는 뜻이었다.
깊고 낮은 음성, 독특한 울림을 주는 풍부한 목소리와 절묘한 리듬이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사 하나하나가 경건한 기도처럼 다가온다.
체 게바라의 고국인 아르헨티나 태생의 민중가수다.
사진 속의 소사는 검은 머리칼, 인디오의 얼굴, 수수한 옷차림, 우리가 흔히 볼수 있는 평범하고 소박한 모습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강인함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본래 내성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우연히 참가한 노래 경연에서 우승하며, 전통음악의 예술적, 사회적 의미와 자신의 역할에 눈뜨기 시작한다. 그 당시 전통음악의 계승은 미국제국주의와 상업음악에 저항하는 것을 의미 한다고.
노래가 단순히 취미가 아니라 하나의 사명이 되기 시작한다.
‘누에바 칸시온(Nueva Cancion)’-그녀는 이 민중 노래운동의 상징이 된다.
노래는 그녀에게 치유이자, 투쟁의 도구였다.
음악을 통한 치유와 저항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끼는 가운데 그 운동의 대표하는 노래가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전 세계로 흘러 간다.‘모두가 함께 부르는 노래’
(Concion Con Todos), 군부정권에 맞선 쿠데타로 정치적 혼란기에 살해 위협 속에서도 공연은 멈추지 않았다.
목숨이 위태롭고 두려운 상황에 무대에 서서 반정부적 노래와 생의 감사함을 부를 수 있는 건 상상 조차 쉽지 않다. 어떤 사명감에서였을까?
결국 체포되고 강제 추방과 이어지는 망명 생활 속에서 그녀의 영혼을 갈구하는 노래는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면서 군부 독재 정권의 잔인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다.
결국 군부정권의 항복을 얻어 내고 민주정권이 들어서는데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그녀의 생을 보며 일제탄압에 항거하다 숨진 유관순 열사의 삶과 오버랩 되면서 조국이 뭐길래 꽃다운 어린 나이에 생의 무게를 감당해야만 했을까?
가슴 한 켠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가황 나훈아가 말했듯 나라를 지키는 건 권력자가 아니라 유관순, 안중근 같은 민초들임을 새삼 다시 일깨워 준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자신과 나라를 지켜나가는지 그녀의 생애를 보면서,
정치적 억압, 민중의 고통, 뜻을 함께했던 동료의 죽음, 배우자의 상실 등으로
도저히 삶의 감사함을 말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그것을 담담히 받아 들이고
감사함을 노래한다.
위대하고 거룩한 그녀의 삶과 남겨진 흔적들을 어설픈 글 솜씨로 A4 용지
두 쪽에 담아내야 하는 부담감이 앞서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그녀의 또 다른 목소리 ‘그 사소한 것들’을 들으며 읊조린다.
사소한 것들에 깃든 진실, 무심한 일상 속에서 찾아지는 감동.
그리고 오늘을 살아 낼 수 있게 해주는 작고 소중한 그 무엇들.
모든 것을 잃은 상황 속에서도 부를 수 있는 용기와 품위를 지켜온
그녀에게 존경과 찬사와 무한한 감동을 전해 주고 싶다.
지금껏 지켜준 나의 삶도 감사하며 다시 한번 외친다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 (Gracias a Ia Vida)
삶이여, 고맙습니다 라고
.
‘
“주:누에바 칸시온( nueva cancion)운동:1960년대 중반 라틴아메리카 민속음악의 뿌리이며 독재정권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민중의 노래 운동 이다. 2024.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