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것으로 판단하지 말자
야밤에 뭔가에 홀린 듯 옆 테이블 손님들과의 조우
by
브래드박
Apr 20. 2023
요즘 퇴근이 늦어지고 있다. 저녁도 안 먹고
9시까지 열심히 일을 했더니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난다.
그럴 줄 알고 밤 9시에 만날 수 있는 분들과 동네 맥주집에서 간단히 만나기로 했다.
" 사장님~! 안녕하세요. "
4개월 만에 찾은 동네 호프집은 손님이 가득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이 집의 시그니처 안주인 팝콘이 기계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계속 만들어지고 있었다.
" 안쪽 자리에 앉으세요. 일단 맥주 3개? "
가게가 너무 바빠서 안주를 시킬 수 없을 정도였다. 사장님은 테이블 이곳저곳을 다니시며 팝콘이 떨어진 곳에 채워 주기
바빴다.
제발 여기 한번 좀 오시지~!
" 저희 모둠꼬치구이 하나 주세요. ~! 되죠? "
최근에 아이스크림 가게를 접으시고 저녁에 일을 안 하는 형님이 오랜만에 호프집에 와서 시킨 메뉴인데 사장님이 바쁘다고 다른 메뉴를 추천하신다.
" 바빠서 안 돼요. 그것 시간이 오래 걸려요. 이번 오징어는 맛있어요. 다른 데서 사 온 것이라 좋아요. "
지난번에 왔을 때 배에서 즉시 말린 오징어라 맛있다고 사 왔다는 것을 시켰다가 정말 실망한 적이 있었다. 사장님께 그 오징어는 진짜 아니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정말 이번 것은 크기도 크고 적당히 쫄깃하니 맛있었다.
" 배드민턴 끝나고 다른 분들이 자리한다고 갔네. 난 여기 온다고 빠졌어. "
배드민턴을 치고 오신 형님은 땀을 흠뻑 흘리고는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하셨다.
" 요즘은 회사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있으면 즐겁더라. "
요즘 산악회나 배드민턴을 치면서 술자리가 많아졌는데 일단 같은 회사 사람들이 아니라 더 재밌다는 것이다.
아마두 회사 사람들과 모이면 업무의 연장인 듯하니 피곤할 만도 하다.
이 집은 동네 작은 술집인데 손님들로 꽉 차서 귀가 아플 정도다. 사장님이 한때 가게 장사를 접고 서울로 다시 올라 갈려고 했으나 가게 손님이재법 오는 것을 보고는 그냥 여기 머물렀다고 한다.
우리가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먹고 있을 때
옆 테이블에는 어디 특공대 나온 듯한 비주얼의 남자들이 술을 드시고 계셨다.
워낙에 비주얼이 비범해서 도대체 뭐 하시는 분들일까 궁금했다.
'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야. 건들면 안 되겠네. '
워낙에 좁은 술집이라 바로 옆 테이블과 거의 붙어 있어서 각자 하는 이야기가 다 들리고 쉽게 눈이 마주쳤다.
애써 눈이 마주칠 때마다 피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비주얼만 무섭게 생겼지 말은 부드럽게 했다.
' 아하, 어디 방송 촬영하시는 분들인가 보다. 예술 쪽이 맞아 '
그중에 한 분은 외국에서 살다 오신 억양이고 자꾸 LA에 살았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이야기를
엿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고 정말 테이블이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폭풍이 휩쓰는 속도로 그쪽 테이블의 나이가 많아 보이는 분과 우리 쪽에 나이 많은 형님이 갑자기 눈인사를 하시더니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 사장님 잘생기셨네요. 멋쟁이고! 저하고 한잔 하시죠.~!"
이렇게 갑작스럽게 두 테이블이 조우를 하게 되었다. 서로 술을 따라주면서 통성명을 했다.
" 네 분은 어떻게 모이신 거예요? "
범상치 않은 생김새에 방송국 사람들이라 확신학고 물어보니 이곳에 귀촌을 오신 분들이라고 한다.
' 저렇게 자유롭게 살 수가 있구나! 특이하네'
네 분들은
20대부터 50대 중반까지이고 말투도 LA부터 서울까지 다양한 것이 진짜 귀촌을 한 것처럼 보이긴
했다.
" 부추가 맞아요? 솔이 맞아요? 우리는 정구지라 하는데? "
옆 테이블에서는 우리와 말을 트기 전에 '부추'의 표준어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LA 살다오 분이 너무 궁금해서 우리에게도 물었다.
" 아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제 명함 좀 받아주세요."
산적처럼 생겼는데 알고 보니 행정사
머리가 길고 산적처럼 생긴 분이 주신 명함을 보니 행정사고
다른 한분은 잠수 및 인력 지원을 하는 곳의 대표였다. 역시 생긴 것으로 사람 판단하면 안 되는 것이다.
생각했던 것과 딴판이었다.
두 테이블이 같이 떠들다 보니 시간이 너무 늦어서 다음을 또 기약하고 서로 간에 전화번호를 나눈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글 속 사진의 술집은?
목포시 하당 현대아파트 앞 골목길 ' 동아리 '
동네 사랑방처럼 손님들이 항상 왁자지껄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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