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기준이 필요해
띠동갑 형님이 화를 안 내는 이유
" 왜 이렇게 안 오세요? 아까 6시까지 온다더니? "
오랜만에 띠동갑 차이 나는 동네 형님과 밥을 먹기로 했는데 약속 시간이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서 전화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시킨 돼지고기구이 한판이 먼저 나와서 도저히 주린 배를 참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래서 배가 고파서 소맥만 연거푸 다섯 잔을 먹었다.
가게 맨 안쪽에 자리 잡고 있으니 퇴근하고 들어오는 여러 사람들이 보였다. 회식하는 분들이 바로 앞에 앉았는데 잔을 비우는 속도가 대단했다.
" 늦어서 미안하다. 오늘따라 택시가 안 잡혀서 집에 차 놓고 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네. "
거의 1년 만에 봤는데 얼굴이 변함없이 젊다. 몇 년 전까지는 자주 어울려 다니고 힘들 때 형님 밑에서 일을 배운 적도 있다.
" 요즘 잘 사냐? "
잠깐 안부를 묻는 듯하더니 본인 회사가 오늘 무슨 일 했는지 어떻게 돈을 버는 구조인지 말했다. 얼굴도 보고 잘 사는지 궁금해서 만나자고 했는데 일이 잘 되고 있는지 할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
재주가 좋은 분이라 커다란 요트도 본인이 직접 만들어서 타고 다닌다. 전에 사업이 힘들어 부도가 나서 매일 술만 드시던 것이 생각난다.
다행히 신이나 보여서 안심이 됐다.
" 갸들은 잘 살까? 너도 본지 오래됐지? "
한 때 같이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형님에게 사기를 치고는 하나둘 떠났다. 고발이라도 하고 싶었을 텐데 그러지도 않았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을 만나서 주는 행복과 즐거움이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 화도 안 나요? 어찌 그런 사람들 생각이 나요.? "
괜히 물어봤다. 요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절에 다니면서 그곳에서 들은 마음정화 이야기를 늘어놓으셨다.
" 화는 자기가 설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나는 거야."
오랜만에 만난 형님은 술자리 주제를 제대로 잡았다는 표정이다. 일일이 맞는 말이고 실은 요즘 '화'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터라 나름 흥미로웠다.
" 일단 형님 미나리 한 다발 하시죠? 간에 좋습니다. "
아직도 술을 많이 먹고 다니니 미나리가 필요할 것 같아서 추가로 시켰다. 수북이 쌓인 생미나리를 불판에 올리니 금방 쪼그라들었다. 역시 뜨거운 맛을 봐야 한다.
" 화를 안 내려면 평소 자기 기준을 아주 크고 넓게 가지고 있어야 돼! "
사람이 화를 내는 것은 그 상황에 대한 자신의 잣대가 작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너무 이야기를 오래 들었더니 배가 더 고파져서 밀면과 치즈볶음밥을 더 시켜 먹고 나왔다.
자전거 타고 집에 오면서 생각해 보니 그릇이 작아서 화를 종종 냈던 것 같기도 하다. 잠들 때까지 화를 안 내려면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했다.
글 속 사자의 식당은?
전남도청 앞 심돈
돼지고기 한판씩 구워 주는 곳 ( 술밥이 서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