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으면 나도 좋다.

처음 간 태국식당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by 브래드박

" 어디야? 저녁 먹으러 갈까? "


큰아이만 데리고 룰루랄라 신나게 쇼핑한다고 먼저 사라지더니 금세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온 쇼핑이라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도 아마 망설이다가 그냥 왔을 것이다.


" 여기 실내 놀이터야.! 들어온 지 30분 밖에 안 됐어. "


자기들끼리 신나게 쇼핑할 것처럼 그래서 막내 아이와 둘이서 생소한 쇼핑몰을 돌다가 아이들이 많이 놀고 있는 곳을 발견하곤 들어갔다.


아이를 혼자 실내 놀이터에 데려와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입구에 서 있으니 직원분이 키오스크까지 도와주러 나왔다.


" 어플 가입하시면 할인권 주는데 하시겠어요? "


일단 뭔지 모르지만 어플을 열심히 설치해 봤다. 쉽게 회원가입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인증에 자녀 정보 입력까지 하니 족히 5분은 걸린 것 같다. 뒤에 사람들이 있으니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 아니, 어른도 표를 끊어요? "


어른도 같이 들어가려면 표를 사야 한다고 해서 놀랐다. 세상에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입구에서 알려준 사물함에 아이 가방을 넣고 당당하게 아이의 손을 잡고 실내 놀이터에 입장했다. 실내 놀이터에 아이를 혼자 데리고 왔다는 것이 순간 뿌듯했다.


그런데 뿌듯함이 정말 순식간에 끝났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모두 신발을 벗고 있었다.


' 뭐지? 불편해서 신발을 벗었나? '


입구 쪽을 보니 바닥에 ' 신발을 벗으세요. '라고 적혀 있어서 얼굴이 빨개져서 아이 손을 잡고 신발장으로 뛰었다. 미안해서 얼른 물티슈로 바닥을 닦았다.


막상 재밌어 보이는 실내 놀이테에 왔지만 막내 아이는 실내 놀이터에서 뛰어다니거나 볼풀에 들어가는 것을 제외하고 할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재밌다고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는 것이 신기했다. 어차피 잠시 앉아서 애를 보고 싶은 마음에 들어 왔으니 그정도면 만족스러웠다.


볼풀장에 들어가서 놀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두 녀석이 막내에게 공을 던진다. 적당히 던지면 그러려니 하지만 가까이서 아플 정도로 던져서 조금 화가 났다.


그래도 아이들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데로 얼른 피신해서 놀고 있으니 볼풍장에서 아이들이 울고 부모들이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 그럴 것 같더라... '



편안하게 앉아 있겠다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나름 치열하게 놀고 있고 30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밖으로 나오라고 하니 이것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 저기요. 중간에 나가면 환불이 돼요? "


역시나 될 리가 없는 물음을 직원에게 하니 시큰둥하니 안 된다고 했다. 들어올 때 입장권 가격을 안 보고 왔는데 2시간에 웬만한 중국집 식사가격이었다. 이런 가격이면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냥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냥 한 시간만 채워서 더 놀다 나가기로 약속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큰아이가 실내 놀이터 안으로 들어오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큰아이도 그 비싼 표를 끊어서 안으로 들여보내고 잠시 자유를 찾아 나선 것이다.


" 저녁 어디서 먹을지나 검색해 봐. "


그렇게 자유를 찾아서 또 잘 쇼핑하고 올 것 같더니 한 이십 분 후 다시 연락이 온다. 쇼핑몰에 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뭐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었다.


이미 아이들과 노느라 온몸이 땀범벅이 돼서 컨디션이 별로였다.


" 패밀리 레스토랑? 아니면 푸팟퐁커리? "


패밀리 레스토랑도 가고 싶었으나 너무 많이 먹을 것 같아서 오랜만에 태국음식점에 갔다.

" 알아서 먹고 싶은 것 시켜봐? "


태국요리점 같은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고 깔끔했다. 메뉴판을 보니 음식이 여러 가지라 선택하기 힘들어 보였다.


" 여기 미씨고랭이 맛있데. 여기다가 세트른 같이 시키면 되겠다. "


일단 정신없이 시키고 나니 음료수가 먼저 나왔다. 맛이 달콤하니 맛있었다. 한국 음료보다는 태국 현지의 상큼한 맛이 느껴져서 좋았다.

잠시 후 미씨고랭이 먼저 나왔다.


" 맛있네, 그런데 다른 것은 안 맵나? 애들 먹을 것이 있겠지? "


시킨 메뉴들이 하나 같이 다 조금씩 매워서 아이들이 먹을 수 없었다. 안 매울 것이라 기대했던 푸팟퐁커리도 매워서 아이들이 싫다고 해서 난감했다.


" 난 맛있는데.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음식이야! 그래도 애들 먹을 수 있는 다른 것 시킬까? "


좋아하는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애들이 먹을 것이 없는 것을 알자 살짝 당황해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 그래 시켜야지 어쩔 수 없지? "


직원분께 안 매운 메뉴를 추천받아서 파인애플 볶음밥을 시켰다. 다행히 아이들이 좋아해서 한 시름 놓았다.


아이들이 밥을 좀 먹는 것을 보니 주문한 음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푸팟퐁커리 빼고는 국수볶음, 볶음밥뿐이었다.


처음 온 식당이기도 하지만 똠양꿍이나 다른 메뉴 시킬 만 한데 역시 아이들과 다니면 정신이 없다.


결국 푸팟퐁커리는 거의 다 못 먹고 포장을 했다.


" 그래도 넓적한 볶음국수 난 좋아해. 진짜 맛있다. "


포장을 하면서 평소에 먹고 싶었던 것 먹었다고 다시 말하는 것 보니 좋기도 하고 항상 육아에 치이다 어쩌다 온 외식인데 좀 망친 것 같아서 안쓰러웠다.


글 속 사진의 식당은요?


김포공항 롯데몰 MF층 태국요리 전문점

생어거스틴

미씨고랭이 맛있다고 소문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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