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힘이 없어지면 아빠 도와줄게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노부부를 보고 아이가 하는 말

by 브래드박

새벽 내내 작업을 좀 해서 피곤한 상태에서 이제 좀 자 볼까 누웠는데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다녀 오란다.


" 그냥 소독만 하는 것인데 빨리 다녀와."


가고 싶지 않아서 발악을 해 봤지만 결국 할 수밖에 없었다.

딱히 가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린 둘째 하고만 병원에 갔을 때 아이가 자지러질까 봐 두려웠다.


처음 가는 병원이라 사람도 많고 아이도 등록해야 하고 정신이 없었다.


무슨 아픈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대기표 받고 한참을 기다렸다.


" 아빠, 우리는 몇 번 방이야? "


무슨 말인가 했는데 여러 진료실 중에 몇 번 방인지 묻는 것 같았다.


" 아마 1번일 거야. 여기 앉아 있으라고 했잖아. "


얼마 뒤 간호사님이 진료실로 오라고 했다.


" 이마에 이것 땔 것인데 조금 아파요. "


아이가 울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대담한 표정으로 의사 선생님의 치료도 받고 반창고까지 딱 붙이니 대견했다.


" 안 아프지. 금방 끝났데. "


진짜 금방 끝나니 속이 다 시원하고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서둘러 수납을 하고 시내 구경을 할까 하다가 피곤해서 그냥 집으로 출발했다.


" 아빠, 햄버거 가게다. "


막 출발했는데 사거리에 있는 햄버거 가게를 본 아아가 말했다. 사달라고 하는 눈치인데 그냥 모른 체하고 얼른 집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 햄버거 먹고 싶다. 지난번에 맛있었는데."


바로 집이 얼마 안 남았는데 햄버거가 먹고 싶단다.


" 작은 것 먹을래? 큰 것 먹을래? "


병원 다니느라 힘들었을 것을 생각해서 밥때가 아닌데 간식으로 사주기로 했다. 어쩐지 아침을 별로 안 먹더니 기어이 간식을 찾는다.


" 우리 계단에 앉아서 먹자. 지난번에 언니 친구들이랑 왔을 때 계단에 앉아 먹으니 좋더라. "


아마도 2층 테이블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 2층 올라거서 먹자고? "


아이 생각 읽기가 어렵다. 다행히 지금은 조금 말이 통해서 같이 다닐만하다.


치킨 햄버거하고 감자튀김을 내려놓으니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


"' 밥을 좀 그렇게 좋아해 봐라. "


진짜 맛있다며 감자튀김부터 야무지게 맛있게 먹는다.

바로 튀겨 나온 것이라 생각보다 짭짤하니 맛있었다.


" 나아 햄버거도 먹을래.! "


커다란 햄버거를 작은 손에 들고는 조금씩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입이 얼마나 작은지 빵과 패티를 한 번에 먹을 수 없었다.


" 저기 할비, 할머니 왜 오토바이 타고 다녀? "


인도 자전거길로 노부부 두 분이 전기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정말 연세가 지긋하게 보이는 두 분이 밝은 햇살 아래에 행복해 보였다.


' 나도 늙은 때까지 저렇게 살 수 있을까? "


하긴 상대방도 나랑 그렇게 오래 살기를 바랄까?


" 할비, 할부지 힘이 없어서 저것 타고 다녀? 우리는 힘이 있는데. 그치? "


조그마한 녀석이 별생각을 다한다.


" 나중에 힘 없어지면 내가 아빠 도와줄게. 내 자전거 타. "


글 속의 햄버거 가게는?


인천 광역시 중구 영종도 하늘신도시의 버거킹

작가의 이전글짬뽕과 짜장면이 최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