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너무 맛있어
세대를 되풀이되는 맛과 경험
살다가 처음으로 과천 서울랜드에 가고, 살다가 처음으로 무시무시한 바이킹을 탔다.
늦은 오후 달콤한 낮잠에서 깼는데 갑자기 과천 서울랜드를 가자고 한다. 어릴 때야 둥근 레이더 기지처럼 생긴 것이 있는 서울랜드에 가보고 싶었으나 놀이기구 타는 것에 흥미를 못 느끼는 터라 갈 일이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서울랜드에 처음 간다니 너무 좋아한다. 다른 집들은 수시로 간다는데 안 가본 곳이라 생각만 해도 귀찮다. 특히 길이 막힐 시간에 나가자고 하니 살짝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한 번쯤 가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갔다.
하필 고속도로 초입부터 앞에 사고가 나서 차가 30분 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고 사당동에서 서울랜드 들어가는 고가에서 황당한 오토바이 운전자의 폭주로 가슴을 쓸어 내리며 겨우 도착했다. 역시 다른 세상에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서울랜드 주차장에 주차하고 한참을 걸어서 메인 입구에 갔는데 서울랜드까지 걸어서 가던지 아니면 코끼리기차를 타고 서울랜드에 가야 한다고 한다. 뭐가 이리 복잡한지~!!!
일단 코끼리기차를 타니 어디 놀러 온 기분이 나기 시작했다.
기차가 조금 덜커덩거리기는 했지만 주변 풍경이 예뻐서 좋았다.
이번에는 서울랜드 앞에 도착해 보니 도대체 매표소가 잘 보이지 않는다. 입구에는 ' 온라인 티켓 예매 ' 만 쓰여 있고 어떻게 할지 난감한 찰나에 왼쪽에 보이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매표소를 찾을 수 있었다.
매표소에서도 표를 바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네이버 예매를 할 수 있으세요? "
매표소에서 네이버 예매를 추천해서 또 서둘러 그렇게 했다.
입구에서 바코드로 표 확인을 하고 서울랜드 안으로 들어갔다.
' 이제 할 일을 다 했으니 잠시 어디서 커피나 한잔해야겠다. '
아이들을 놀이동산에 들여놓기만 하면 할 일이 끝날 것 같았는데 오산이었다. 아이들도 놀이동산이 익숙하지 않으니 뭘 해도 같이 해야 한다.
귀여운 꼬마열차는 괜찮았는데 큰 녀석이 갑자기 바이킹을 타고 싶단다.
인생 최대의 난제, 바이킹
약간의 고소 공포증을 느끼기 때문에 절대 무방비한 상태로 높은 곳에 가기 싫다. 그래서 바이킹은 재미없다고 다른 것 타자고 하니 더 탄다고 난리다. 정말 타기 싫은데 아이를 보니 안 탈 수도 없고 정말 어디 숨고 싶은 심정이 든다.
"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아! 한번 타보고 싶어!"
아이가 이젠 매달리듯이 말한다. 서울랜드에 놀이기구도 많던데 왜 그러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그래 눈감고 딱 한 번만 타자. 그런데 가운데 앉아야 하는데 '
아이에게 딱 한 번만 타자고 하고 기다리다 다음 바이킹을 타자고 했다. 그래야 가운데 앉을 수 있어서 그나마 덜 높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가 뛰어가서 이미 바이킹에 타 버렸다. 순간 얼굴이 노래졌다.
' 진짜 싫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열심히 뛰어가 앉았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바이킹이 처음에는 천천히 움직이여서 적당한 높이에 올라가니 생각보다 할만했다. 그런데 점점 빨라지더니 가슴이 철렁이는 높이까지 올라갔다. 너무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갈 때는 내장이 뒤집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무서운데 눈도 감을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더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더 눈을 감을 수 없었다. 그리고 몇번 반복하니 이젠 내려 올 때 숨이 잠깐 멎는 느낌이 들었다.
호기롭게 바이킹에 먼저 탄 큰 녀석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지 오래였다.
' 역시 너도 그렇지.!'
내 팔을 꽉 잡고 눈도 꼭 감고 있다가 아래에 내려왔다고 생각하면 실눈을 조금 떴다.
다행히 바이킹은 몇 번 흔들거리더니 조금씩 멈췄다. 문이 열리고 나가는데 너무 행복했다. 어디 갇혔다가 탈출하는 기분이 들었다.
" 배 고프니 밥 먹고 다시 놀자."
잔뜩 긴장한 탓인지 놀이기구도 별로 안 탔는데 배가 고파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인디언 인테리어를 해 놓은 식당에서 돈가스와 우동, 오므라이스, 토마토스파게티를 주문했다.
모든 음식이 딱 정형화된 맛이었다. 딱 시판되는 그런 맛있는 맛이 느껴졌지만 나쁘지 않았다. 돈가스 소스도 딱 입에 맞고 우동 국물도 짜지 않고 시원해서 맛있었다.
다들 배가 고팠는지 그 큰 돈가스와 함박 오므라이스를 뚝딱 한 그릇씩 했다. 점점 아이들이 이젠 본인들도 1인분씩 먹고 있는 것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밥 먹고 산책하듯이 놀다가 집에 돌아오는 차에서 큰 녀석이 말했다.
" 돈가스 너무 맛있었어 "
흠, 그렇구나 갑자기 어릴 때 어머니하고 돈가스 먹으러 갔던 일이 생각이 났다.
요즘 맛있는 음식이 많지만 오늘 먹은 돈가스가 어쩌면 아이의 기억에 오래 머물러 있는 기억이 될 것 같다.
글 속 식당은요?
과천 서울랜드 내 레스토랑 로데오 ( 바이킹 앞 )
8천원 ~ 1만 3천원 까지 우동과 돈가스 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