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기 싫어서

<소설가의 행복찾기>

by 임수정

어린 시절 나는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었다. 손톱이 자라날 새도 없이 물어뜯어버렸다. 그러다 엄마에게 들켰다. 손톱을 깎아주려고 보면 깎을게 없었다는 것이다. 엄마는 내 등짝을 후려치고 소리를 지르다가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라주었다. 엄마는 아침 저녁으로 손톱을 확인했다. 빨간 매니큐어가 벗겨지면 나는 손톱을 물어뜯은 것이었다. 나는 손톱의 대체제를 찾았다. 바로 발톱이었다. 발톱은 손톱보다 뜯어먹을(!)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발톱은 왠만한 욕구가 있지 않고서야 물어뜯기가 어려웠다. 우선 자세 잡기가 아주 힘들다. 하지만 나는 베개에 다리를 받쳐놓는 등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냈다. 마치 요가하는 고승처럼 이상한 자세로 발톱을 물어뜯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내 의지는 보통이 아니었다. 그땐 계속 물어뜯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아직도 당시의 욕구가 생생히 기억난다. 그 욕망은 잠잠하다가도 한 번 생각하게 되면 끝을 보고야 말았다. 어떻게든 물어뜯고야 만다.


이 고약한 습관이 순순히 사라졌을리는 없다. 습관이 다른 습관을 덮어버렸다고 표현하는 편이 맞다. 손톱을 물어뜯지 않고나서 생긴 버릇은 조갑주위염 만들기(!)였다. 손톱에 생긴 거스머리를 살 쪽으로 주욱 뜯으며 나는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느꼈다. 상처가 잘 아물 때도 있었지만 곪아버릴 때도 있었다. 걸려들었다! 손가락에 열이 나며 상처 주변이 빨갛게 변한다. 나는 뜨거운 손가락에 바람을 불며 그 고통을 즐겼다.

고름이 차기 시작하면 통증은 말도 못하게 강해졌다. 결혼 전 간호사였던 엄마는 어떻게 하다 이지경이 되었냐며 알콜솜을 상처에 문지른 다음 도루코 면도날로 곪은 부위를 삭 하고 베었다. 그리고 혼이 나갈만큼 쥐어짰다. 노란 고름이 나온다. 목장을 했던 우리집엔 소들에게 뿌려주는 마이신 가루가 큰 통으로 있었다. 엄마는 그 가루를 듬뿍 뿌려주었다. 아프지만 황홀하다. 나는 보살핌을 받고 있다. 엄마는 나를 걱정한다. 내가 주인공이다.


아직도 나는 손톱 주변의 거스러미를 죽 잡아 뜯어내린다. 보살펴줄 엄마가 없기 때문에 나는 상처부위를 알콜에 담근다. 이 방법은 통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조갑주위염이 생기면 나는 집 앞 병원에 간다. 의사는 일회용 작은 칼을 종이봉투에서 꺼낸 후 상처에 가져다댄다. 툭 하고 노란 고름이 나온다. 2분 정도의 처치가 끝난 후 내일도 나오라는 얘길 듣는다. 8800원을 결제하며 나는 조금 비싸다는 생각을 한다.


시누이가 서울에 산 집에서 집들이를 한 날, 나는 조갑주위염으로 인한 통증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그때는 정말 아팠다. 나는 손가락을 계속 신경쓰며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내 손가락을 보고 깜짝 놀랬다. 1층 순대국집으로 가서 밥을 먹었는데 사람들은 내게 고깃국을 먹지 못하게 했다. 상처가 곪는다는 것이었다. 의도치 않았지만 나는 그날도 주인공이었다.


나중에 시누이와 사이가 틀어진 후 나는 오랫동안 그 원인을 생각했다. 나는 시누이와 정말 사이가 좋았다. 내가 힘이 들고 괴로울 때 시누이는 내게 진심으로 힘이 되어주려 노력했다. 나와 시누이는 둘 다 서로의 마음이 먼저 변한 거라고 했다. 그러다 얼마전 나는 그날을 생각했다. 집들이 날 나는 계속 얼굴을 찌푸렸을 것이다. 아팠으니까. 그 행동이 그녀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졌을까. 시누이는 남편을 따라 외국에도 살다 왔고 여행도 자주 다녔다. 어머님은 시누이가 나를 생각해서 일부러 그런 얘기들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나중에 그 얘기를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나는 맹세코 그녀를 그런 방면으로 질투한 적이 없다. 내가 질투한건 그녀의 부지런함과 건강함이었고 그 시간들이 이루어낸 그녀 자체였다. 그녀는 우수한 학생이었으나 가정 형편으로 취업을 했고 회사에 가서 대학 공부를 해 석사까지 했다. 그녀는 늘 부지런했고 많이 꾸미지 않아도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배려가 깊고 유쾌하고 다정했다. 나는 그녀가 누리는 모든 것은 그녀에게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나를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나의 어떤 잠재의식이나 내가 숨겨놓은 마음이 밖으로 배어나와 그녀가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닌가. 나는 정말 그녀를 질투한적이 없나? 그녀가 누리는 모든 것을 질시한 적이 없나? 나는 그녀와 틀어진 후 오랜 기간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를 사로잡았던 모든 습관은 채워지지 않는 어떤 욕구의 반대편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나는 지금도 거스러미를 망설임없이 뜯어내린다. 상처가 생기라고. 상처가 없으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고통을 즐기고 회복이 되길 기다려 망설임없이 그 자리를 생채기 낸다. 아프고 싶어서.


이런 글을 쓰기 싫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미워해왔다. 내게 상처를 준 그녀를 참을 수 없었다. 내가 두서없는 이런 지독한 마음을 털어놓자 드라마 선생님은 내게 이런 생생한 감정을 글로 써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면 그녀를 이해하게 될 것 같았다. 나는 그녀를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써버렸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녀를 이해하고 있다. 글이 이렇게나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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