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슨생 Jun 16. 2022

나의 폭력 일지

폭력교사의 폭행 기억

 2008 7월의 어느 저녁. H고교 근무 2년 차이던 나는 1학년 학생들이 행여나 공부하다가 졸까 봐 나는  야구 방망이를 어깨에 메었다. 그리곤 자습시간 시작하자마자 교실에서 자습하는 남학생들을 노려보며 복도를 돌아다녔다.

“야, 너 나와. 빨리 엎드려.” 나의 눈길에 포착된 한 명의 남학생에게 근엄하게 소리쳤다.

‘아 씨 자다가 또 걸렸네.’

“빡, 빡, 빡.”

야구 방망이로 엉덩이를 내려칠 땐 절대 허리 근처는 매질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며 엎드린 엉덩이에서 봉긋이 올라온 부분에 집중하여 스윙해야 한다. 나는 내 타격의 정확성에 감탄했다. 그렇게 연거푸 세 대 맞은 남학생은 벌떡 일어서서 내게 꾸벅 인사를 하고 학습 의지를 다잡은 채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교장의 뿌듯한 미소. 이어지는 학년 부장의 칭찬. “이야. 한 선생 열심히 하네. 학생들 군기가 바짝 들었어.”

 담임교사들이 순번을 정하여 자습 감독을 하다가 한번씩 C학년 부장과 내가 함께 자습 감독을 하는 날이 다가오면 학생들의 얼굴은 그야말로 울상이 된다.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야. 오늘 완전 니힐리즘이야.” 야구 방망이를 들고 설치는 두 명의 교사 때문에 그 어떤 뻘짓거리도 용납되지 않으니 오죽 답답하겠는가. 1980년대 신군부가 광주 시민을 짓밟으며 자신들의 그 어떤 행위에도 절대 반대하면 안 된다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처럼 2008년의 1학년 학년부장과 나도 야구 방망이질로 대표되는 공포의 학급 경영(사실 이게 학급경영이라 볼 순 없지만)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말만 잘 들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깃발을 내 건 채.

 H고에서의 폭력은 학생들에게만 행해진 것이 아니다. 학생의 부모들이 선생들 기거하는 학년 교무실에 간식을 채워주러 올 때 우연히 어떤 엄마의 통화를 들었던 적이 있다. “나 어디 가냐고?  개 밥 주러 간다. 애만 아니면 저놈의 선생들 뭘 처먹던지 알게 뭐야.” 뿐만 아니라 모의고사 끝날 때마다 선생들 회식을 위해 각종 성금이라는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뜯었던 숱한 삥 들. 학생들 잘 봐줄 수 도 있다는 믿음... 이 아니라 비끗하면 당신 자식 골로 보낼 수 있다는 협박을 빌미로 많은 교사들이 부모들에게 그들이 원치 않는 접대를 원하였으니 폭력을 자행하였다 아니할 수 없다.

학생들을 때리고 그것도 모지라 학부모에겐 접대까지 요구하고…아주 유괴범이 따로 없었다.

 임용고시 준비 때문에 2009년도 H고 퇴사 이후에도 이 학교 지인의 전언에 따르면 C학년부장의 공포 경영과 이에 대한 교장의 비호는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다 특정 학생의 수학 성적 조작이라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벌이다 끝내 그 학년 부장과 교장은 모두 해임되었다. H고의 C학년부장과 학교가 학생을 기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적은 가졌지만 잘 길렀다는 지표를 오직 명문대 합격으로만 보았기에 대의를 위한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우리나라는 조국의 근대화라는 명분으로 숱한 서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전체주의적 교육 철학이 팽배하였던 시대가 있었다. 이 시대를 정면으로 겪은 세대 중에서는 ‘이제 부끄러운 현대사로부터 벗어나 21세기에는 민주시민들이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시각을 지닌 이들이 있다. 반면에 독재의 시기를 자신의 리즈 시절이라 생각한 나머지 ‘그때의 영광을 다시 한번.’이라는 회상에 빠진 이들도 매우 많다. 문제는 그들 중 일부가 그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부자에게 세금을 지우거나 남북한 화해 무드를 주장하는 자들을 모조리 빨갱이로 몰아버리기. 대학 서열화를 통해 기업의 서열화를 꾀하고 사회구조의 서열화를 획책하기. 중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서열화 무드에 동참할 수 있도록 경쟁구도 부추기기. 그야말로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 마인드 아닌가? 하긴 나 역시 그 서열화 무드에 동참했고 동참을 강요해 본 사람이기에 전근대적 야만인들을 비난할 권리가 내겐 없을 수도 있겠다.

작가의 이전글 영재를 기를 것인가 비싸게 노예를 키울 것인가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