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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Jul 01. 2022

한 뼘 동화 2

여름 감기

"우리 반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어요. 다들 알고 있죠?"

선생님은  목소리가 교실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걸 준비했어요."

책상에는  솔잎이 가득했다.

"이 솔잎으로 범인을 잡을 거예요."

태율이가 손을 번쩍 들고 물었다.

"선생님, 그걸로 범인을 어떻게 잡아요?"

"이건 마법의 솔잎이에요, 이 솔잎을 물고 있으면 거짓말한 사람의 솔잎은 점점 길어지거든요."

친구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겨우 솔잎 하나로 범인을 잡을 수 있다니!


우리는 모두 눈을 감고 솔잎을 물었다. 

1초 2초 1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실눈을 뜨고 내 솔잎을 보니 그대로였다. 속으로 비웃었다.

 '그럼 그렇지. 마법은 무슨.'

그때였다. 슬금슬금 코 끝이 간지러웠다.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았다.

"에취!"

솔잎이 튀어나와 버렸다. 솔잎을 재빨리 집어 무는데 이상하게 솔잎이 전보다 길어 보였다.

선생님이 눈치채기 전에  솔잎을 앞니 빨로 잘근잘근 씹었다.

'난 잠깐 빌리려고 한 건데...'

코 끝이 또 간지러웠다.

"에취!"

솔잎이 또 튀어나왔다. 그런데 솔잎이 더 길어져 있었다. 다시 입에 물고 앞니로 잘근잘근 씹었다.

'지금이라도 말할까? 아니야. 이제 와서 어떻게 말해!'

큰일 났다. 또 기침이 나올 것 같았다. 기침을 참으니 눈에 눈물이 고였다.

'가져가지 말걸. 갖고 싶어도 꾹 참을걸...'

기침은 자꾸 터져 나오려고 하고 솔잎은 점점 길어졌다.


-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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