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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Jun 26. 2022

매일의 동화 23

큰 문제

정말 귀찮아서 그림을 온통 검은색으로 칠했다.

그날은 학교에서 체육도 하고 학원도 3개나 갔다 오고 숙제도 많았으니까.

그런데 엄마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그림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소율아, 속상한 일  있어?"

"아니!"


다음날도 정말 귀찮아서 그림을 온통 보라색으로 칠했다. 독서논술을 두 개나 쓰고 수영도 다녀왔으니까.

엄마가 또 심각한 표정으로 그림을 아빠에게  보여주었다. 이번엔 아빠가 물었다.

"소율이 무슨 일 있니?"

"아니!"


그다음 날도 정말 정말 귀찮아서 손에 잡히는 빨간색으로 그림을 다 칠해버렸다. 피아노 콩쿠르도 나가고 한자 급수시험도 봤으니까.

엄마가 이번엔 그림을 사진 찍어 이모에게 보냈다. 이모는 아동심리상담을 배웠다.

이모한테 전화가 왔다.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작게 얘기했지만 다  들렸다. 귀찮아서 그랬다고 얘기하려다 참았다.


 엄마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나를 낯선 곳으로 데리고 갔다. 연핑크색 가운을 입은 선생님이 나에게 이것저것 질문했다.  그리고 이상한 설문지도 작성하라고 하고 그림도 그려보라고 했다.

'귀찮은데...'

빨리 나가고 싶었다. 오랜만에 모든 게 취소됐는데... 집에 가서 실컷 게임이나 하고 싶었다.

"선생님, 소율이 큰  문제가 생긴 것 맞죠?"

엄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지금 문제를 만드는 건 엄마야. 난 아무 문제없어!"

이렇게 말하려다 귀찮아서 참았다.



-때로는 아무 생각 없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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