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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una & ICE Hotel

결혼 25주년, 은혼식

by 오디오포유

결혼 25주년을 기념하여 스웨덴을 갔다. 결혼 25주년을 기념을 은혼식이라고 한다. 오래전부터 의미 있을 만한 곳을 찾았고, 스웨덴으로 결정을 했다. 아니 정확히는 ICE Hotel로 정했다.


20240401_173552.jpg ICE Hotel
20240331_103550.jpg ICE Hotel Room

와이프는 유럽 여행이 처음이다. 그리고 은혼식을 기념하여 가기에 뭔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 함께 함을 기념하고 앞으로 한참 기간 동안 가슴속 깊이 의미가 있는 곳을 찾았고, 그곳이 ICE Hotel 이였던 것이다. 호텔은 ICE Room과 Warm Room을 갖추고 있었다. 인터넷의 정보만으로는 부족하여, 직접 호텔에 문의를 하였다. 답변은, 의미 있는 시간과, 독특한 경험을 하고 싶으면 하루 정도만 ICE Room을 고려하고, 나머지 기간은 Warm room을 선택하라고 했다. 온기가 전혀 없는 방에 침낭만으로 하루 밤을 보낸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이틀모두 Warm Room으로 정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비행기를 타고 독인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키루나(Kiruna)에 갔다. 그곳은 스웨덴 북쪽 끝에 있는 지역이며, 3월 말임에도 기온은 영하 20도 아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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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동네가 눈에 뒤덮여 있고, 날씨가 워낙 추워 최대한 따뜻한 옷을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비니를 쓰고, 장갑을 껴도 추웠다. 다만 내 눈과 심장은 호강을 하기 시작했다.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경치를 직접 눈으로 보다니, 말로 표현하는 것이 더 어렵다. 와이프와 난 우리에게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행운이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첫날은 눈이 계속 내려, 단층으로만 구성된 수많은 호텔 방중 내가 머문 방은 나름 경치가 좋았다. 다만, 눈으로 인해 오로라를 보는 행운은 당연히 없었다. 다음날은 다행스럽게 기온은 더 내려갔으나, 하늘은 맑았다. 와이프 손을 꼭 잡고, 저녁 10시가 넘어 바깥을 계속 걸었다. 하늘을 계속 주시했지만, 오로라 빛 색깔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하늘 한쪽에 구름 비슷한 것이 보였고,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초록색 오라로는 아니다. 혹시나 싶어 카메라로 찍으니 그것이 바로 오로라였다. 나와 와이프는 너무 기뻤다. 우리에게 행운이 있을 거란 희망을 준 것이다. 바로 이번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 바로 항암 치료를 시작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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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지도를 보고 있자면, 스웨덴 키루나를 주시하게 된다. 와이프와 나에게 있어 결혼 25주년이란 특별한 날에 오로라를 볼 수 있게 내어준 자연에 감사하고, 지금 다시 암이 커져 항암 치료를 하지만, 여전히 나에겐 희망이 있고, 더 잘 살아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들 한테도 말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겨울에 꼭 ICE Hotel을 찾아가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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