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여 살아보니 정작 와이프는 아니라 하지만, 평일 날 집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하는 건 와이프나 나한 테 있어서 성가신 일이다. 아니 겉으로 보이기에 힘들어 보인다. 힘들다 보니 가끔씩 투정과 짜증을 낸다 그래서 물어보면 본인은 아니라고 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네.
작년 말 PET CT 결과를 토대로 담당 암 의사 선생님과 함께 결정한 것이 4주마다 총 6차례에 걸친 항암이다. 그리고 회복기 포함 6개월 동안 집에 무조건 근신이다. 항암이니 외부 조리 음식은 사절, 집에서 만든 신선한 음식으로 매일 3끼를 하니, 10일째 되는 날 와이프 몸은 아프기 시작하고, 짜증도 낸다. 오늘은 허리도 많이 아프다고 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날 제외한 가족들이 외부 음식을 사서 먹는 것. 난 사과를 두 개 깎아서 따뜻한 차와 아침을 해결했다. 하지만, 점심은 밥을 먹어야 한다.
2019년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등 여러 형태의 근무를 해 보면, 나한 테 있어서 선호했던 건 3일 사무실 출근 2일 재택근무였다. 그래도 사무실 출근하는 날은 와이프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잠시 쉼이 있었던 것 같다. 나이가 나보다 4살 어리니, 난 늘 나보다 젊으니 괜찮다고 강요했지만 나도 안다. 50이라는 나이는 여자한테 있어서도 힘든 나이라고. 그렇다고 깔끔한 성격에 남이 대신 음식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로 인하여 주방은 오로지 와이프 차지네. 막내가 아주 가끔 무엇인가 만들어 보겠다고 일주일 정도 계속 요청하면, 겨우 승인. 남자들이 음식을 하면 치우는 것이 더 힘들다고 더 이상 예외 없음.
아직은 은퇴는 아니지만, 암으로 인해 시작된 삼식이 생활을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은퇴하신 분들이 토로하는 삼식이의 비애를 느낀다.
가끔은 와이프와 산책을 하면서 나눈 이야기가 있다. 나중에 은퇴하면 시골 가서 살면서 아침은 간단히 커피와 빵으로, 점심 혹은 저녁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시장 같은 곳에서 국밥으로 나머지는 집에서 간단히 생선 구이를 곁들여 찌개와 함께 먹자고. 둘 만의 은퇴 생활에서 식사는 그 정도면 훌륭하다고 늘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렵다. 답도 없다. 그냥 와이프가 정성껏 차려주는 식사를 맛있게 먹는 수밖에. 그런데 눈치가 보이고 잔소리도 가끔씩 따른다. 그래도 가족이 있으니 좋다.
나이가 들면 사회생활 때 수없이 만났던 사람대신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고, 가끔은 왕따도 당하지만, 다시금 가족의 따뜻함이 필요하고 그 따뜻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