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편안함
오늘은 일요일이다. 늦잠도 잘 수 있고, 근교에 바람을 쐬러 갈 수도, 맘껏 운동도 할 수 있는 날이다. 하지만, 항암을 시작한 이후 할 수 있는 게 제약적이다.
나 한 테는 주말과 평일이 다르지 않다. 다만, 가족들이 학교도 회사도 가지 않는 차이가 있다. 항암식은 일반적인 음식에 비해 더 까다롭기에, 와이프는 갑자기 음식 재료 준비 및 조리 시간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동안 저녁에는 내가 도와주던 아이 라이드(내가 사는 이곳은 아이 등교, 하교, 봉사, 타 학교 수업 등 거의 대부분의 활동에 본인이 차를 운전하지 않는 한 누군가는 운전을 해 줘야 한다.)도 본인이 해야 하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필요한 시간을 구하는 방법은 잠을 줄이는 것이 제일 쉽다. 그래서 더 피곤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잘 모르겠다. 그러니, 요즘 들어 와이프가 일을 마치고 잠드는 시간이 거의 새벽 1시 이후다.
다행히 일요일이니, 와이프는 아침에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잠을 자고 있다. 난, 뭐 하냐고? 난 최근 들어 이런저런 나의 일상을 글로 적는다. 지금도 나의 일상을 글로 적는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지난주 암 담당 의사 선생님과 치료 관련하여 논의할 때, 음식에 관하여 몇 가지 더 궁금한 사항을 여쭤봤다. 특히, 항암 시작 후 커피를 마시지 못했는데, 커피에 대한 갈증과 열망이 계속 커져서 꼭 알고 싶었다 마셔도 되는지.
지금 커피를 한 모금 또 마시니, 심리적으로 편안하다.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와이프도 하루에 두 잔, 아이들도 하루에 한두 잔은 꼭 마신다. 일하고 공부하는데 카페인 덕분에 집중도 되겠지만, 마음이 편안해서 계속 마시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