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CEO의 결정
30년 가까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일을 겪었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겠지만 반도체 회사의 앞날을 좌지 우지 하는 제품 사양 및 로드맵 결정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특히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리더/CEO의 결정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때도 있다.
참고로, 반도체는 사양 결정이 마무리되어도 부품을 고객사에 공급할 때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사양 결정은 2년 혹은 그 이상 사업의 문제를 발생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경력을 갖고 있는 직원의 정확한 사실에 대한 의견과 고객의 요청이 의사 결정에 아주 중요하다.
반도체 관련 기사를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결과에 대한 비슷한 내용들을 계속 접하고 있다. 결국 판단에 대한 결과는 시간이 알려준다.
내가 한때 일했던 회사는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에서 특정 기능을 지원하기 위하여 사용되었기에 상당한 물량과 매출이 있었으며, 수많은 인원이 함께 일을 하였다. 특히,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기술 및 기능의 발전 속도는 그 어떤 제품군보다 치열하기에 늘 반도체 회사는 고객과 아주 긴밀하게 일을 하고 사양 결정에 아주 민감하다.
전 세계인이 다 아는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새롭게 출시할 제품 개발에 부품이 적용되어 개발 검토 중 새로운 기능 구현을 위하여 반도체 부품의 메모리사이즈를 증가시켜야 했다. 이에 대한 내부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되었다. 반도체 설계 디자인 팀과 일부 마케팅은 기존 부품을 기능 구현 시 경우의 수를 늘려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하였고, 고객 시스템과 기능 등을 면밀히 분석한 나와 해당 세일즈팀은 메모리 사이즈 증가 없이는 기능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계속 펼쳤다.
거의 3~4개월에 걸친 논쟁 끝에 CEO는 최종적으로 메모리를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고, 이로부터 몇 달 후 고객은 그 부품대신에 타사의 다른 부풍을 사용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하였다. 이로 인하여 막대한 매출이 줄어들었고 결국 회사는 다른 업체에 인수 합병 되었다.
나는 어렵지만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고객 지원을 위하여 해야만 했던 길이였기에 내 뜻을 끝까지 굽히지 않고 회사를 설득하였지만, 결국 인수 합병과정에서 우선적으로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물론 CEO를 포함하여 C-level이 듣기 좋아했던 의견을 제시했던 직원들도 시간의 차이를 두고 거의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30년 가까이 일을 하다 보니 사원에서 시작해서 임원도 했었다. CEO 포한 C-level이 모여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임원들과 팀장들이 회사가 듣기 좋아하는 의견을 주로 제안하는 사람들도 있고,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하여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을 제안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가야 할 길을 제안하고 결정할 때는 힘들었었다.
가끔씩 왜 쉬운 길을 놔두고 내 회사도 아닌데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했었냐고 나 스스로에게 묻지만, 나의 결정과 판단은 옳은 길이었었기에 지금도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결국 시간이 나의 결정에 대하여 정확한 판단을 해 주기에 위안을 삼는다.
P.S. 가끔 후회되는 것은 너무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회사 성장에는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내 가정을 위한 경제적인 투자를 소홀히 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이다. 누군가에게 멘토로써 조언을 한다면, 최소한 10% 정도는 나와 가족을 위하여 열정과 시간을 사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