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6일, 한계령에서
설악 친구와의 만남을 위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2년 만에 다시 만날 설악 친구를 생각하니 설렘에 아침도 제대로 넘기지 못한 채 길을 나섰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다'라는
말이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온다.
군복무 시절 자대 배치지로 인제나 원통을 받으면
마냥 반길 수만은 없었다.
약 3시간을 달려 설악의 막내아들이 사는
한계(령)에 도착했다. 한계가 반갑게 맞으며
아침 식사를 대접하려고 아내를 다구 친다.
정성은 고마웠지만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대신하고 사양했다.
설악의 장손인 대청을 만나려면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배낭을 다시 메고 등산화 끈을
조이며 대청을 바라보았다. 과연 오늘 대청을
보고 서울에 갈 수 있을까?
까마득한 높이와 거리에 긴 한숨을 토해낸다.
뒤를 쳐다보니 아직도 한계가 아내와 손을 흔들며 아쉬움을 배웅한다.
거친 숨을 고르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달래며
두세 번은 쉬었다. 준비해 간 음료수와 김밥, 초콜릿등으로 갈증과 체력을 보충했다.
설악이 사는 동네는 매번 올 때마다 묘한 매력을 느낀다.
중청 휴게소에서 대청이가 사는 곳까지 능선은 털진달래가 진분홍색 봉오리를 터트리며 봄의 천국을 만들고 있다. 말과 글, 사진으로 다 담아낼 수 없음이 아쉽다.
마중 나온 대청이가 환하게 웃으며 맞는다.
세찬 바람에 몸이 날아갈 정도이다.
절박한 환경에서도 굿굿하게 서 있는 대청이가
대견스러웠다.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오색 주차장까지 남은 여정이 조금 아쉽다.
대청이가 활짝 웃으며 외친다.
"아저씨 건강하세요!"
"다음에 꼭 다시 오세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문득 울컥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에 대청이의
어깨에 잠시 몸을 기댄 채 감정을 추슬렀다.
오색 약수터 주차장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졌다.
주차장에서 설악과의 만남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석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편의점에서 캔맥주와 간단한 안주로 아쉬움을 나눴다.
초대해 준 설악 친구가 너무나 고마웠다.
"설악 친구! 잘 있게"
"한계, 중청, 대청, 오색이랑 행복하게 잘 사시고~"
"아무쪼록 서로 건강해야 자주 보네."
언제 볼지 모르는 친구와의 아쉬운 이별에 진한
포옹을 하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둠 속에서 손 흔들며 배웅하는 설악을
바라보노라니 마음이 짠하다.
검은 어둠이 나의 슬픔을 조용히 감춘다.
눈을 감고 설악과의 만남을 떠 올린다.
입가엔 쓸쓸한 미소가 번진다.
-2023년 5월 16일 설악 친구와 헤어지며
● 설악과의 짧은 하루
최 경 선
한계령 배웅받고
푸른 하늘 따라 걸었다
헐떡이는 숨소리에
중청이 놀라 뛰어온다
대청은 털진달래로
꽃길을 깔아 나를 위로한다
오색에서 이별의 포옹,
긴 여운 되어 달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