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날의 만상

12월이 건네는 작은 시작들

by 홍삼이


12월의 첫날 아침.

커튼을 살짝 열어젖히자

아파트 담벼락 사이로 붉은 새벽빛이

스며들었다.

아파트 벽사이로 스며드는 새벽빛

마치 계절의 문턱을 건너온 누군가가

"이제 시작이야" 하고

속삭이는 듯한 순간이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가을은 마지막 잎새를 붙잡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에도

가을의 숨결과 잔향은 남아 있었는데,

하루 사이로 계절은

겨울의 얼굴을 드러냈다.

문틈으로 밀려드는 냉기에 무릎이

먼저 시렸다.

몸이 마음보다 계절의 변화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마지막 잎새

여명이 사라지자,

달력의 마지막 장이 성큼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12월의 첫날.

시작과 끝이 한자리에 겹쳐지는 달.

바람처럼 지나온 날들이 스쳐가고,

내 나이가 어느새 땅을 향해 조금 더

기울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2025년 12월의 마지막 달력

한줄기 새벽빛이 들자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만상이

조용히 깨어났다.

오래된 얼굴들, 마음속에서 한 때

흩어졌던 감정들, 지워지지 않은

후회들까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 모든 것을

조용히 바라볼 줄 아는 법을 서서히

터득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외릅게 서 있는 조각상

겨울이 시작되는 첫날.

나는 붉은 아침을 바라보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단단한 마음을

가만히 준비하고, 자신과의 깊은 포옹과

따뜻한 손길로 등을 토닥인다.


"아직 늦지 않았어!

뭔가 다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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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첫날


커튼을 여니

담벼락 사이로 붉은 기운이 번진다


여명이 사그라지자

12월이 해를 넘기려 성큼 다가선다


간신히 잡았던 가을,

찬 기운에 무릎이 시린 계절이다


이 달이 지나면

내 나이는 얼마나 더 땅을 향해 기울까


아스라한 기억과 감정들

오만 가지 생각이 오르내린다


-2025년 12월 1일. 아침을 맞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