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

-가마솥 아궁이에서 시작된 행운

by 홍삼이

중학교 1학년, 어느 봄날 일요일.

밖에서 친구들과 실컷 놀다 집에 들어서자

옆집 기영이네 닭들이 인기척에 놀라

우리 집 부엌 뒷문으로 우르르 달아났다.

무리에서 뒤처진 한 마리 암탉이

커다란 가마솥이 걸린 아궁이 속에서

뒤뚱거리며 재를 털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고개를 숙여 안을 들여다보니

그 아궁이 안쪽에는 계란 세 알이

동그랗게 놓여 있었다.

손을 넣어 만져보니

금방 낳았는지 따뜻한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순간,

괜히 마당을 한 번 둘러보았다.

들킬까 봐, 가슴이 콩닥거렸다.

입가에는 이미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그날 이후

닭이 슬쩍 다녀간 날이면

나는 남몰래 한두 알씩 꺼내 맛보았다.


들킬까 조마조마했던 마음.

작은 비밀을 가진 아이가 되어

괜히 어른들 눈치를 살피곤 했다.


그러나 이런 행운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기영이 엄마가

개나리 울타리에 망사를 치는 바람에

닭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겼다.


뜻밖의 횡재는 그렇게 조용히 막을 내렸다.


개나리 울타리

책갈피에 끼워 둔 채 잊고 지내던 비자금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처럼,


흐리다는 예보와 달리

산행길에서 눈부신 비경을 만났을 때처럼.


살아오며 그런 '횡재'를

몇 번은 만났던 것 같다.


차 한잔의 여유

하지만

지금과 같은 노년의 여유로움보다

더 큰 횡재는 없다.


급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아침.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금쪽같은 하루.


이보다 더한 횡재가 또 있을까.

매일이 행운이다.


나는 오늘도

땡잡은 인생을 살고 있다.


-2026년 어느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