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닫는 순간 사람은 늙는다
며칠 전 전철 안에서였다.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육십 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한 남자가 휴대폰 볼륨을
크게 켜 둔 채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조용한 객실 안에 영상 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왔다.
한 젊은이가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소리를 조금만 낮춰 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은 정중했다.
하지만 노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젊은이가 다시 한번 같은 말을 건넸다.
그러자 노인은 버럭 화를 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객실 안의 시선이 잠시 그쪽으로 쏠렸다.
누가 봐도 노인의 태도가 지나쳤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괜히 낯이 뜨거워졌다.
'서울특별시 어르신 교통카드'를 사용하며 전철을 타는 나 역시
그와 비슷한 나이대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사람들이 같은 눈으로
바라보지는 않을까 괜히 눈치가 보였다.
문득
'꼰대'라는 말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권위적인 선생님을 두고
학생들이 뒤에서 부르던 은어였다.
또 자신의 경험을 앞세워
훈계를 늘어놓는 어른을
비꼬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조금 달라졌다.
"어린 꼰대도 많다"는 말이 있고
"나이 든 사람이 더 MZ스럽다"는
말도 들린다.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뜻일 것이다.
자신의 방식만 옳다고 믿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
세상과 벽을 쌓고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
그 사람이
열 살이든
스무 살이든
일흔 살이든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상에서 그런 장면을 마주하면
남의 일 같지 않다.
고리타분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괜히 말을 아끼게 되고,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잔소리로 들릴까 봐
생각을 접어 버릴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혹시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꼰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MZ스러운 척을 한다고
세상이 더 즐거워지는 것도 아닐 텐데.
얼마나 살지 모르지만
이렇게까지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할까.
전철 창밖으로 어둑한 터널이 스쳐 지나갔다.
세대와 세대 사이.
꼰대와 MZ 사이
그 어딘가에서
오늘도 나는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고 서 있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귀를 닫는 순간
사람은 늙는 것인지도 모른다.
-2026년 3월 어느 날, 전철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