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아 건강해라!
●석산이와 보낸 하루
'황석산' 경남 함양군에 사는 촌놈이다.
'좋은'이의 소개로 오늘 만나게 될 친구다.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초면인 친구가 어떤지 궁금하다.
'좋은'이가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하는 것으로 보아 됨됨이가 꽤
괜찮은 친구라고 확신한다.
누가 지었는지 이름 또한 한국적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함양이라는 촌에서 자라고 커 왔기에 순박한
친구일 거라는 상상 외에는 아직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부푼 기대로 잠을 설쳤음에도 그렇게 피곤치 않다.
'좋은'이가 소개해 주는 친구를 만나보면
가끔은 성깔이 있는 친구, 얌전하고 말이 없어
심심할 정도인 친구가 있지만 막걸리 한 잔으로 막역지우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가 온다는 예보와는 달리 서울 날씨는 구름이
조금 낀 정도였다.
석산이네 마을은 날씨가 흐리다고 한다.
동네를 둘러보고 난 후 김치두부에 막걸리 한 잔으로 마음을 나누기에 딱 좋은 날씨다.
안전벨트를 매라는 묵직한 목소리의 산악대장
마이크 기계음이 출발을 알린다.
한참을 달렸다. 휴게소에서 잠깐의 휴식도 가졌다.
시계를 보니 10시 32분, 서울서 7시에 출발했으니
약 3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산악 대장이 곧 들머리에 도착한다는 에코 섞인 사운드가 버스 안을 어수선하게 만든다.
창밖은 잔뜩 흐려 있지만 석산이네 동네를 둘러
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을 것 같다.
등산화를 고쳐 신고 모자와 선글라스로 한껏
모양을 내고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산악회 후미에서 출발하였다.
앞서 출발한 회원들은 벌써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가느다란 실개천을 한 두 개 지났다.
나를 포함하여 남자 2명, 여자 3명이 무리를 이뤘다. 남자분이 앞서 나가며 길잡이를 자청하였다.
별안간 커다란 바위들과 급격한 경사지가 나타났다.
정상적인 등산로가 아니었다. 뒤를 돌아보니 수십 길 낭떠러지로 아득했고 불안이 엄습해 왔다.
이러다가 무슨 일이 생기는 것 아닌지 너무나 초조했다.
길잡이는 등산 앱을 보며 길을 찾았고 우리는 2시간가량 미로 같은 산길을 헤맸다.
어디선가 사람들에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 웃음으로 바뀌었다.
제대로 된 등산로가 나타난 것이다.
고생을 함께 했던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서로를 위로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예정된
등산로를 훌쩍 지나 버린 것이다.
정상 가까이에 와 있었다.
다른 회원보다 1시간가량 정상에 먼저 도착한 것이다.
산행 후 휴대폰에 남겨둔 사진을 살펴보니 계획된 등산코스인 삼거리, 망월대를 훌쩍 지나버렸다.
그래서 석산이와 찍은 사진은 유독 적었다.
대부분 명산은 도로, 표지판등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 하지만 석산이는 안내 표지판이 엉성해 길을
찾기 어려운 친구였다. 길을 헤매느라 친구와 진솔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했다.
막걸리 한 잔 하며 나누는 석별의 시간이 짧아 더욱 아쉬웠다.
"석산아 다음엔 네가 서울에 오렴"
"그때는 더 긴 이야기 나누자"
"그때 더 많은 얘기 함세"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여행을 마친 다음날이다. 여행후기 및 사진을 정리하다가 휴대폰에 찍힌 음식값을 보고
석산이에게 전화를 했다.
" 석산아 잠깐 귀 좀 빌리자. "
"어제 우리가 막걸리 한 잔 나누던 주막 있지?"
"잘 아는 주인이라 했지? 계산을 두 번 했어"
"전화를 해도 없는 곳이라고 회신음 오네"
"26,000원 일세. 증빙을 보낼 테니"
"얘기하고 내 생각하며 맛난 거 먹게나"
-2023년 5월 26일 '황석산'을 생각하며-
산행정보
*산행코스:
유동마을 회관~연촌마을~삼거리~망월대~
황석산성 표지판~정상~거북바위~
장자벌 갈림길~청랑사~일주문 주차장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약 9.6km, 5 시간 30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