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아!
들머리인 두모 주차장에 도착했다.
진시황의 명을 받아 방사 서복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비문과 서복상이 초입에 있다.
간단히 몸풀기를 한 후 산행을 시작했다.
남해의 소치도, 노도를 비롯한 이름 모를 섬들과
포대기로 감싼 듯한 정겨운 두모 마을 논다랭이가 지척처럼 다가선다.
멋진 다도해를 등에 지고 얼마를 걸었을까!
거대한 바위 밑에 부소암이 거북이 목처럼 빼꼼히
고갤 내민다. 산봉우리 만한 바위밑에 걸쳐 놓은 듯 걸려 있는 듯한 암자는 한 폭의 멋진 수묵화다.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꼬부라진 소나무와 조용한 암자의 배경을 보고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거대한 바위가 얼마나 고심을 했기에 인간의 뇌를
닮은 것일까. 단청으로 치장한 지붕 끝 처마는 어여쁜 새색시가 까치발로 서 있는 모습이다.
부소암 주변 풍광을 보노라니 '남해에 와서 금산을 오르지 않고서야 금산을 다 봤다는 얘기를 할 수 없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진시황의 아들 부소가 머물다 갔다 하여 부소암이라 했다나.
진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20분쯤 걸었을까. 상사암(相思岩)이 발 밑에 멈춘다.
뿌연 해무가 남해의 소박한 섬들과 푸른 바다를
사진에 담는 것을 방해함이 '옥에 티'였다.
보리암 해수관세음 보살상이 저 멀리 손톱만 한
크기로 서있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마루금은 칼날처럼 날카롭다. 어디선가 본 8폭 병풍 같았다.
속세를 버릴 수 있는 곳이라 상사자(相思者)가
오르는 것을 금지했기에 사신암(捨身巖)이라
하였고 한 젊은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여 상사병이
걸려 바위에서 사랑을 맺었다는 전설이 있다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단군성전 앞에는 몇 그루에 동백나무가 서 있다.
수많은 꽃망울 가운데 홀로 핀 한 송이 동백꽃이
도도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본다.
사랑, 겸손, 그리움의 꽃말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가 얄밉다.
정상 표지석과 봉수대를 둘러보고 보리암으로 갔다.
이성계가 조선건국을 위해 100일 기도를 드렸던 선은전이 조용히 맞는다.
왕이 되면 비단으로 산을 덮겠다던 약속이 비단
금(錦)을 넣어 금산(錦山)으로 부르는 것으로 만족했던 이성계의 심정을 생각해 보았다.
금산에 첫 관문인 쌍홍문을 지나자, 수문장인 장군암이 검을 집은 듯한 모습으로 서있다.
동서남북 흩어져 있던 신선이 놀았다는 사선대, 한자의 화(華)를 닮고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화엄경을 읽었다는 화엄봉, 도도한 동백꽃 한 송이가 금산의 깊은 잔상으로 남는다.
-2024년 11월 21일 남해의 금산을 둘러보고-
산행정보
*산행코스:
두모주차장~ 양아리석각~ 부소암~헬기장~
상사암~단군성전~정상~보리암~화엄봉~쌍홍문
~사선대~장군봉~금산탐방지원센터 주차장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약 6km, 5시간
최 경 선
소치도를 어부바하고
두모를 가슴에 품고
버거운 마실길 나섰다
단청치마 새색시
까치발로 마중 나오고
벼랑길 부소
반가움이 뒤뚱댄다
솔나무 꼬부랑 할아버지
바위 베고 쇠하니
마루금에 기암괴석
8폭 병풍 되어 서 있네
동백꽃 한 송이
눈총 맞아 새빨갛다
어명이 비단으로 덮으니
이곳이 바로 금산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