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캔버스

2024년 8월 31일, 내연산 산행에서

by 홍삼이


● 하늘 캔버스

최 경 선


실잠자리 '윙' 하고 날자

산들바람 '휙' 하고

뒤에서 밀어낸다


독도, 제주도 사라진 지도위에

붓을 들고 점을 찍으니

한반도가 되살아난다


잿빛 산토끼

나무꾼이 둘러치자

놀란 포수 얼어 붙는다


창공 나는 꼬마 비행기

흰머리 동심이

두근두근 따라뛴다


방풍나물 인심에

캔버스가 까맣게 젖는 줄도 모르고

엉덩이 붙여 앉아있었다


내연산 입구에서 바라본 하늘은 커다란 캔버스


화창한 늦여름과 초가을 문턱, 포항에 자리한 내연산을 찾았다.

산중턱에 앉아 숨을 고르며 여유를 만끽했다.


하늘은 거대한 캔버스였다.

실잠자리와 무당벌레는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사라졌고,

흰 구름은 바람결 따라 흘러가며

내 상상을 자극했다.


내연산 중턱에서 바라본 풍광

한반도 지도 모양의 구름, 토끼를 닮은 구름...

그 위로 꼬마 비행기가 지나며 꼬리에서

하얀 실을 뿜는다.

어린 시절 운동장에서 땅따먹기 놀이하던

기억이 겹쳐진다.


보현암에서는 스님의 목탁소리와 불경소리가

들려온다. 폭포 소리에 목탁소리, 불경소리가

묻히자 괜스레 스님이 약이 올라 스피커 볼륨을

높이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면 계곡이 더 시끄러워질텐데...


내연산 잠룡폭포와 보현폭포

산 중턱 묘소에는 벌초하러 온 자손들로 분주하다.

파르스름해진 봉분은 이제 막 입대하는 청년처럼

다소곳하고, 아직 벌초 하지 않은 봉분은 덥수룩한 산발머리처럼 어지럽다.


날머리 근처 식당에 들렀다.

두 쌍의 노부부가 맥주와 소주를 곁들여 덕담과

소소한 일상을 즐긴다.

대구에서 지하철을 처음 타본 이야기, 돈 많이 번

지인이 한턱 낸 이야기...

정겹고 구수한 얘기들이 쉴 새없이 이어진다.


보현사 및 날머리의 한 풍경


후덕한 여종업원이 이들 틈에 슬며시 끼어들며 분위기를 띄운다.

산행을 마무리하며 듣는 이러한 귀동냥은 덤이다.


주인 할머니가 봄에 직접 채취한 방풍나물을

밑반찬으로 내놓는다.

풍을 예방하는 데 좋다며 설명을 곁들인다.

쌉쌀한 맛이 건강하게 느껴져 더 달라고 했더니

후한 인심이 더 넉넉해져 돌아온다.


손칼국수 한 그릇에 막걸리 한잔.

13,000원이면 값도 착하지만, 사람의 정과

이야기, 그리고 하루의 평온까지 얻었으니

이러한 덕보다 후한 인심이 어디 있을까.

오늘도 모든 것이 감사한 하루였다.


산에서 내려와 사람들 틈에 앉아 푸근한 웃음과

따뜻한 인심을 마주하니, 하늘 아래 우리 모두가

커다란 캔버스의 한점 구름 같았다.


●산행정보

•산행코스:

보경사~문수봉~삼지봉~연산폭포~상생폭포

~보현암~보현사주차장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약 14.7km, 6시간


내연산 정상석과 산행길에 만난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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