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필름
최 경 선
강아지 낑낑대니
온 세상 칠흑이다
나뭇가지 창가를 두드리며
초로의 나와 동무하잔다
공 쫓는 아이들,
장대비까지 사랑한 청춘
여울대는 참외 돼지 쫓고
족대 세워 물살 가르며
미꾸라지 잡던 기억
추억의 필름이
'짜르륵 짜르륵'
여전히 창문 치며
노심과 얘기하잔다.
-2024년 7월 초 장맛비 내리는 응접실에서
장맛비 내리는 어느 날, 아파트 응접실 소파에
기대어 반려견과 함께 창밖을 쳐다보았다.
세찬 빗줄기가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퍼뜩
옛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장대비 속에서 친구들과 팀을
나눠 공을차던 일.
개울물이 불어나 온갖 물건이 둥둥 떠다니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일.
해바라기와 이른 코스모스가 핀 시골길을
장대비 맞으며 걷던 일.
비가 그친 뒤, 족대를 들고 개울가에서 친구들과
미꾸라지 붕어를 잡던 기억.
어머니가 그 미꾸라지로 추어국수를 끓여
주시던 모습, 그리고 그 국수를 함께 먹으며
웃던 친구들의 얼굴까지 떠오른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마치 시골 극장에서 영사기 필름을 풀어 말릴 때
들리던 '짜르륵 짜르륵' 소리처럼 들린다.
장맛비속에서, 오래전 내 어린 시절의 영화가
조용히 다시 상영되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장맛비는 늘 그 시절을 불러내는
추억의 영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