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하루, 남대문시장
최 경 선
왜 이리 복잡한가
캐리어 끄는 손길이 바쁘다
양손 하마 짐이 뒤뚱대고
야채호떡 기다림은 엉킨
실타래다
살짝살짝 부딪히는 건 일상이다
호객 행위에 손사래 치고
에누리가 끌고 당긴다
시식하라 입에 넣어주고
"짐이요" 외치니 길을 연다
손짓 발짓 길 잃은 이방인
안경, 카메라, 수입상가, 혼수상가,
그릇상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어묵, 떡볶이, 잔치국수
가성비 좋은 서민 음식 즐비하다
생선 굽는 냄새, 매콤한 냄새,
고소한 냄새 침 한번 꼴깍한다
입고 신고 끼고 걸치니
마네킹 신났다
먹거리 볼거리가 넘쳐난다
기웃기웃 두리번거림이
영락없는 시골 영감
쌈짓돈 만지작대니
주머니만 아프다
엔도르핀 춤추는 시장은
어린아이처럼 신났다
(서울의 숨결, 남대문 시장에서의 하루)
2024년 11월 1일, 남대문 시장을 방문했다.
리얼한 모습이 너무 좋아 급히 메모해 본다.
수십만 원이나 하는 안경값을 아끼기 위해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
동네 안경점보다 반값 정도 한다는 지인의 말에
마음이 끌렸고, 시장 구경도 할 겸 지하철을 타고
집을 나섰다.
서울역 4번 출구로 나와 숭례문을 지나
남대문 시장에 들어섰다.
평일임에도 시장 입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젊은이들, 외국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20~30미터는 족히 되는 긴 줄,
그 끝에는 야채호떡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그 기다림을 감수할 만큼 맛이 있는 것일까?
두 명의 빨간 조끼를 입고 카우보이 모자를 쓴
젊은 안내원들이 외국인들과 길을 묻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장 안은 캐리어 끄는 소리, 사람들의 발걸음,
상인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양손 가득 비닐봉지를 든 아주머니가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은 마치 하마의 뒷모습을 연상시켰다.
사람들과 부딪히고 피해 다니는 게 일상이었지만,
짜증 내지 않고 웃어주는 얼굴들이 참 고마웠다.
가게 앞에서는 호객꾼들이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몸을 쓰며 애를 쓴다.
절실한 손짓은 생계를 위한 진지한 몸부림처럼
느껴졌다.
이곳에서 뭐든지 먹어보고, 입어보고, 머리에도
써볼 수 있다. 마네킹들은 유행을 걸치고, 시선을
끌기 위해 나름대로의 모습으로 폼을 잡고 있었다.
액세서리까지 더해져, 마치 마네킹조차 사람의
활기를 즐기는 듯 보였다.
없는 게 없다.
안경, 가방, 옷, 주방용품, 아이들 장난감까지
뭐든지 다 있었다. 시장은 온갖 냄새로 가득했다.
갈치조림 냄새, 떡볶이 냄새, 군것질 냄새까지
온종일 허기를 자극한다.
서민들이 즐기기에 부담 없는 음식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치솟는 물가에 빈손으로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시장은 그들에게도 한아름 정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가성비 좋은 안경을 맞추고 돌아서는 길,
손은 가벼웠지만, 마음은 무겁고도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