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장흥에서 마주한 하늘
들판 색깔이 확연히 달라졌다.
피부에 스치는 바람에서 초가을이 느껴진다.
전라남도 장흥군에 소재한 천관산을 산행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먹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살짝살짝 보이는
것이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인터넷을 뒤지며 천관산에 대해 공부했다.
높이가 724.3m로 호남지방 5대 명산이다.
수십 개의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어,
마치 천자의 면류관 같다는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신라시대 김유신을 사랑한 천관녀가 숨어 살았다는 전설도 있다.
산정상에는 당암, 고암, 사자암, 상적암등
기암괴석들이 이어져 있고 일부 봉우리에서
다도해의 멋진 경관을 볼 수 있다.
고려 의종 때 세워진 봉수대가 있다.
조선시대까지 봉수로써 역할을 했다고 한다.
봄에는 진달래, 동백꽃이 장관을 이루고 가을에는
억새로 유명하다.
들머리와 날머리는 천관산 도립공원 주차장이다.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등산 코스가 상이하여
산세와 다양한 풍광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며
산행을 시작했다.
높은 습도 탓에 젖은 등산복이 피부에 달라붙어 걸음이 무거웠다.
장천재를 시작으로 금강굴, 석선봉 등 멋진 기암이
산행 초기부터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나는 새도 오르지 못한다'는 말처럼, 대세봉의
위용 앞에 감탄하여 셔터를 연신 눌렀다.
천주봉의 절경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이름 그대로 하늘을 기둥이 떠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오랫동안 넋을 잃고 쳐다봤다.
빠진 넋을 추스리기도 전에 환희대에 올랐다.
이 산을 오르는 자는 누구나 맛보게 될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는 곳이라는 안내판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말과 글,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사진은 눈으로 담아야지 카메라로 담는 게 아녀!"
어느 등산객이 내뱉은 말이 적절한 표현이다.
사진을 몇 장 남기며 순간을 기록했다.
환희대에서 바라본 억새 군락지가 바람과 하늘에 조화로 극치를 이룬다.
구름아래 하늘거리는 억새밭은 어느 화랑에서
봄직한 수채화 같다. 푸릇푸릇한 잎새와 검은
연보라와 흰색 갈기는 미완숙 상태였지만
남해에서 불어오는 순풍에 흔들리는 요사로움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천관산 제단과 연대봉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니 점심이 훌쩍 지났다.
절경에 매료되어 배고픔도 잊었다.
물 한 모금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하산길에 왼쪽은 환희대, 천주봉, 석선봉이
리뷰되고 오른쪽은 남해의 다도해와 누렇게
변해가는 들판이 이색적이다.
흐린 날씨 탓에 남해 위에 펼쳐진 다도해의
자태를 선명히 담지 못한 것이 이내 아쉽다.
정원에 있는 암석 같다고 붙여진 정원암,
남성을 닮아 붙어진 양근암등 기암괴석과의
만남은 사진과 글을 정리하는 지금도 많은
여운으로 남는다.
천관산의 장엄한 풍경과 감동이 가슴 깊이 남는다.
다시 이곳을 찾을 날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도 멋진 산행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 산행 정보 ]
● 일시: 2024년 9월 7일
● 산행코스:
천관산 도립공원 주차장 ~장천재~금강굴
~천주봉~환희대~억새군락지~연대봉(정상)
~정원암~양근암~천관산 도립공원 주차장
● 거리/소요시간: 8.7km, 4시간 30분
최 경 선
헐떡이는 숨결
탄식이 감탄으로 스며든다
천자의 면류관 아래
하늘이 미소 짓는다
대세봉 까마귀
솔가지에 한숨을 걸고
천주봉 굳센 팔로
하늘을 떠 받친다
환희대의 메아리
요사로운 억새 춤추고
의연한 연대봉 아래
천관산이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