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아!

2024년 6월 7일, 뻐꾸기 울음 속을 걷다

by 홍삼이


■ 민주지산아!

최 경 선


민주지산,

붓을 든 화백이 되어

초여름 물빛으로 그려내니,

뻐꾸기 울음이 어찌 그리 애잔하나


칼 든 장수는 말을 타고

뿔 달린 호랑이와 함께 산을 지키니

하늘엔 칠성이 빛나고

땅은 용왕이 다스리며

산에는 산신이 거느린다


일천미터 넘는 봉우리

수 개에 이르니,

이 어찌 밋밋하다 하겠는가


젊은 넋 스러져 간 슬픈 4월,

자네는 알고 있겠지

그날의 아픈 현실을

산은 알고 있으리라

그날의 깊은 상처를


-민주지산을 걷고 난 후 쓰다


민주지산 정상석과 전경

해발 800m 도마령을 지나 민주지산을 향한

길은 장수가 말을 타고 넘었다는 전설처럼

초여름의 푸름속에 깊고도 묵직했다.

산골마을에서 울려 퍼지는 뻐꾸기 소리에

발길이 멈추고,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며

뒤돌아보게 된다.

그 울음은 마치 애절한 기도처럼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도마령 표지판과 민주지산 초입의 모습

상용정을 지나 40여분,

전설 속 뿔 달린 호랑이가 살았다는 각호산

정상에 이른다. 이름만이라도 긴장이 서린다.

금방이라도 호랑이가 나타날 듯한 긴장감이

가슴을 서늘하게 스친다.


민주지산은 신령한 세계 같다.

하늘과 땅, 신과 인간,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경계의 산이다.


상용정과 각호산 표지석


구름을 따라 바람을 따라 산등성이를 오르다

문득 발길을 멈춘다.


"세계 최강 특전용사 이곳에 영원히 잠들다"

-1998년 4월 1일, 야간 천리행군 중 폭설과

강풍으로 순직한 여섯 젊은 넋을 기리는

원점비가 그 자리에 서 있다.


그들의 희생이 산을 더 깊고 무겁게 만든다.

아픔을 기억하고 조용히 품어 주는 산,

민주지산이 고맙다.


6인을 기리는 원점비 및 근처 풍경


지리산처럼 너른 품은 아니지만, 민주지산은

말없이 존재하며, 오래된 것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산이다.


각호산을 지나 천 미터가 넘는 봉우리를

몇 차례 넘으며 정상에 오른다.

누가 이 산을 밋밋하다고 하였는가?


산딸나무와 괴기한 나무


정상석을 껴안고 사방을 둘러보면 백두대간

중심부에 선 위엄 있는 산의 모습이 드러난다.


석기봉, 그 이름처럼 바위가 많은 봉우리.

거칠고 단단한 품에 안겨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삼도봉에 닿는다.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의 경계가 만나는 이곳.

매년 10월 10일 문화행사를 통해 세 지역이

손을 맞잡는다는 이야기가 아름답다.


넓적한 잎을 펼친 산딸나무처럼 삼도를 넘어

온 나라를 품는 넉넉한 마음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석기봉과 삼도봉


삼마골재의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시원한

골바람이 불어온다. 짙은 녹음 속 산행의

끝자락이 싱그럽고도 고요하다.


계곡의 길이가 무려 20km에 이른다는 물한계곡,

'물이 차다'는 이름처럼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본다.


얼마나 긴 여정이었던가.

그 길 위에 자연이 있었고, 역사와 전설이

있었고, 그리고 삶이 있었다.


삼마골재와 물한계곡 표지석

● 산행정보


• 산행일: 2024년 6월 7일


• 코스 & 시간

-10:19 도마령

-10:23 상용정

-10:58 각호산

-11:50 특전사 원점비

-11:59 민주지산 정상

-13:02 석기봉

-13:31 삼도봉

-13:58 삼마골재

-14:46 물한계곡

-약 1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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