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요가 이야기(4)

퇴사 이후 떠난 제주도 요가 3박 4일

by 여니


셋 째날도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수업에 갔다.

전 날 깊은 수련때문에 뻐근함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몸이 멀쩡해서 기분 좋게 수련에 갔다.

이 날도 선생님의 강한 핸즈온과 안 되는 아사나를 도움 받아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특히 에카파다코운딘야에서 간다베룬다를 연결을 핸즈온을 받아 성공해본 것이 가장 뜻깊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수업 도중에 불러주셨다. 선생님의 따스한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이 날은 수련이 끝나고 짧게 차담을 나눈 후 자리를 일어섰다.

오늘은 그래도 제주를 둘러봐야겠다고 다짐했었기 때문이다.

면허가 없어 렌트를 하지 못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건 불가능했다. 제주 뚜벅이가 그렇게 힘들다는데 운전해 줄 누군가가 있지 않는 이상 뚜벅이 생활을 할 거 같았다. 이때 처음으로 면허를 따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물론 운전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이 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면허에 대한 용기는 못 내고 있다.

이 또한 언젠간 내가 정말 필요로 할 때 도전하지 않을까?


뚜벅이기 때문에 멀리 나가지 못해 가장 가까운 바다를 보러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20분가량 타고 나니 바다가 보이는 곳에 내릴 수 있었다.

그 때 내가 본 제주 바다는 상상 속 제주 바다와 같았다. 맑고 청아하고 시원했다.

처음 제주도에 와서 본 어두웠던 제주 바다는 찾을 수 없었다.

속으로 '그래, 이게 내가 바라던 제주 바다였을지도 몰라. 좋다. 정말 좋다. 선생님 말씀처럼 제주도에 내려와 요가하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전 날 같이 수련한 도반 몇분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서울 살이를 접고 제주도에 내려오신 분들이 전부였다.

그저 요가가 좋아서, 제주도가 좋아서 내려온 것이다. 누군가는 가족 다함께 내려왔고 누군가는 홀로 내려왔다. 그들을 보면서 부러웠다. 더불어 원하는 삶을 위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바다 앞에서 한참을 홀로 앉아있었다. 이때도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앞으로 풀어나갈 이야기 속에서도 나의 인간관게에 대해 언급하겠지만 나는 친구가 몇 없다. 인간관계는 항상 좁았다. 아니 거의 없었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쌍방의 노력이 필요함을 안다. 그 쌍방의 노력이 나에겐 없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흔히 그런 말을 하지 않는가. 남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사랑하라고.

나는 그게 되지 않던 사람인 것 같다. 자기 검열이 심하고 때 부정적이고 스스로에게 가혹하고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나에게 만족하지 못했으니까.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을 사랑하겠는가. 그래서 내가 맺는 관계는 언제나 늘 불안정했던 것 같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선을 모두에게 그어놓고 있었다.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남들이 그 선을 몰랐겠는가? 분명 나와 관계를 맺는 모든 이들이 이 선을 경험했을 것이다.


인간관계와 관련된 부정적인 생각도 요가를 하며 많이 나아졌다. 나아진 '척'이 아니라 있는 온전히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걸 수련을 통해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나의 글에서 내가 요가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천천히 표현해보겠다.


하여튼 바다 앞에서 한참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내가 다다른 결론은 '지금 이 순간은 좋으니까 그냥 즐겨'였다. 나의 사고 특징이 끝도 없이 파고 들다보면 생각의 전환점에 문득 닿을 때가 있다. 나는 부정적인 사고가 길게 가지 않는데 그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내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 얼마나 다행인가.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책을 읽고 배가 고파 숙소 근처로 돌아가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혼밥 만렙들만 간다는 고깃집을 가고 싶었다. 나는 혼밥 장인이지만 고깃집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냅다 가버렸다.(배가 너무 고파서 판단력이 흐려졌을지도 모른다.)

친절하게 하나하나 다 구워주시는 고기를 밥 한공기와 함께 뚝딱 해치우고 숙소에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그래도 제주도에 와서 정말 요가만 하진 않았네. 돌아다니기도 했고 바다도 보았고 맛있는 고기도 먹었고 말이야.'라고 생각하면서 별 거 아니지만 스스로 뿌듯했다.


그리고 셋 째날 밤 서울에 돌아가기 싫어 눈물을 흘렸다. 여기서는 나를 아무도 모르고 나에게 무얼 하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고 내가 좋아하는 자연도 매일 볼 수 있고 요가도 할 수 있고...음 그냥 이런 저런 잡생각이 들었다. 그냥 혼자 '서울 가기싫어....'를 되뇌다 잠들었다.


넷 째날 수련은 새벽 수련으로 갔다. 비행기 시간을 아침으로 잡아서 시간이 애매했기 때문이다.

수련 후 마지막으로 선생님과 차담을 나누고 바로 가면 딱일 것 같았다.

전 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 컨디션이 별로였다. 순간 '가지말까..' 고민했지만 선생님께 서울 가기 전 새벽 수련 나와서 인사 드리고 가겠다 말씀 드린 것 때문에라도 가야했다. 선생님께 기억되고 싶었다.


다시 숙소에 들릴 수 없어 캐리어와 짐을 바로 공항으로 갈 수 있도록 다 챙겨 나갔다. 이른 새벽이라 해도 뜨지 않고 한 밤처럼 어두컴컴했지만 새벽 공기가 참 좋았다.

몸이 풀리지 않아 마지막 날 새벽 수련은 정말 힘들었다. 자꾸만 수련이 끝나면 바로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울적해져 집중도 되지 않았다. 엉망진창 그 자체.


수련이 끝나고 차담을 나누며 선생님께서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느냐 물었다.티가 났던 것일까, 솔직하게 힘들었다고 말씀드렸다. 자꾸만 잡생각이 올라와서 집중하기도 힘들었다고 했다. 옆에 계신 도반분이 '선생님 오늘 수련이 덜 힘들었나봐요, 잡생각이 들 수가 없는데!' 라고 하셔서 다같이 웃었다.


새벽 수련 후 이야기를 나눈 분들은 주부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나의 퇴사 이야기와 앞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말하게 되었다.

요가가 좋고 계속하고 싶은데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어려울 것 같고 ..등등 구구절절이지만 결론적으로는 불안정한 지금과 명확하지 않은 미래가 두렵다는 이야기였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한 분이 '실례가 안 된다면 몇살이에요?' 라고 물으셨다. 올해 25살이라고 하니 '아! 그럼 맘껏 흔들리고 무너져도 괜찮아요!'라고 하셨다. 그리고 '요가원 다닐 돈만 있으면 어떻게든 요가 계속 하더라고요. 걱정마요.'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누군가는 지금 나의 젊음을 부러워한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음이다. 흔들리고 불안한 것이 당연한 20대라고 말해주시니 감사했다. '네가 지금 흔들리는 건 이상한게 아니야, 잘하고 있는거야, 잘하고 있어, 경험하는거야.'라고 누군가 말해주길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한 도반 분은 지금의 내 나이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정해진 것이 없어 불안한 시기였기에 지금 가정도 이루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안정적으로 사는 현재가 좋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가만히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나는 20대로 돌아가고 싶다. 그 무엇도 정해지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돌아가고 싶은 것이야.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라고 하셨다.


그렇다, 누군가는 지나간 20대의 젊음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 젊음이 후회되지 않게 그냥 흘러가버리지 않게 하루하루 충실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일어나지도 않는 미래에 불안해하며 현재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래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도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중요하고 값진 것 같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깨우칠 수 있기 때문에.


비행기 시간이 되어 자리를 먼저 일어났다. 선생님과 악수를 하며 '더 열심히 수련하고 성장해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인사드렸다. 선생님은 내 손을 따스하게 잡아주시며 '즐기며 살아라. 늘 즐겁게!'라고 해주셨다.


공항에 가려고 요가원 앞에서 택시를 잡으려는데 같이 차담을 나눈 도반 한 분이 나를 발견하시곤 '혹시 공항 가려고 택시 잡아요? 저도 그 근처 가는데 태워줄게요!' 하셔서 너무 감사하게도 편하게 공항에 갈 수 있었다. 공항 가는 길 내내 따뜻하고 편안하게 나에게 말을 계속 걸어주셨다. 새벽에 이 많은 짐을 들고 수련하러 나온거냐며, 너무 기특하다고 해주셨다. 별 생각 없이 그저 가야하니까 온 것이였는데 새벽에 일어나 수련을 나온 내 스스로 정말 기특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말의 힘이 이렇게나 위대하구나 싶었다. 따뜻한 말에 기운을 얻고 안전하게 공항에 도착했다.

성함도 하시는 일도 나이도 제대로 여쭤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제주도에 간다면 꼭 다시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공항으로 가는 짧은 시간동안 나눴던 대화가 많은 위로가 되었다고.


제주도에 3박 4일 동안 있으면서 수만가지 생각을 했다.

같은 길을 걸어 나가는 도반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도 얻었다.


제주도에 다녀와서 다시 일상을 보내면서 불안한 감정이 들고 우울할 때마다 제주도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걸 되새겼다. 내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 미래의 나를 더 단단하게 해주리라고 불안한 감정에 휩싸여 현재의 행복을 놓치지 말자고 말이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도 다시금 되새기고 있다.

잘하고 있는거야, 무너지면 어때, 다시 일어서면 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자신감을 가져

라고 나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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