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요가 이야기(3)

퇴사 이후 떠난 제주도 요가 3박 4일

by 여니

제주도에 있는 3박 4일동안 그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그나마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면.. 요가원 수업 가는 시간만 확인한 정도?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극 P이다.

계획에 얽메이는 게 싫다. 그냥 흘러가는데로 그 순간 내가 끌리는 것에 몸도 마음도 향하는 것이 좋다.


첫 날은 늦은 오후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내가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숙소와 공항간에 거리였다.

차로 10분거리를 걸어서 10분이라고 착각 한 것이다. (이런 바보 같은 실수를 누가 하냔 말이다..)

요가원 근처 숙소를 알아보고 제일 괜찮은 곳으로 잡고 공항과도 가까워서 걸어가면 금방이겠거니 했는데

도보로 1시간 가까이 뜨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뭐, 잘 안 알아본 내 잘못이니 쿨하게 택시를 탔다.

날씨가 너무나도 화창해서 택시를 타고 숙소까지 가는 길을 내내 바라보며 '아, 이게 내가 바라던 제주구나.' 싶었다. 가슴이 뛰었다.


숙소는 정말 좋았다. 그런데 텅빈 숙소에 혼자 멍하니 있으니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같이 왔다면 좋았을까? 나와 같이 와줄 사람은 있었을까? 여러 생각에 잠기다보니 수련 시간이 다가와 짐을 챙겨 나갔다.

첫 날 저녁 수업은 시간 상 선생님 제자분이 진행하는 수업을 들어야 했는데 약간의 아쉬움도 있긴 했지만 선생님의 뜻을 따르는 제자분이라 수련 방식과 분위기는 비슷한 듯 했다.

호흡 카운트를 정해주지 않고 '한계까지 호흡하고 버텨라.' 하셨다. 처음으로 요가를 하면서 진짜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호흡했다. 내가 너무 느슨하게 수련해왔구나 싶었고 남은 기간 동안 선생님 수업을 들으며 나의 한계를 경험해보자 다짐했다.


둘 째날부터는 선생님 수업을 들었다.

너무나도 유명하신 선생님을 직접 뵌다는게 믿기지 않았고 설렜고 이런 떨림이 마냥 좋았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떨림이였다.


요가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인자하게 웃어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환하다.

선생님의 뜻을 따르는 많은 제자 분들이 수업에 모였고 다들 제주도에 살면서 선생님께 요가를 배우는 듯 했다. 수련이 시작되고 평소라면 절대 경험해보지 못할 강한 핸즈온을 통해 내가 정해놓았던 내 한계를 넘어서는 느낌을 받았다.


수련이 끝난 후 선생님께 수련비와 함께 인사 드렸다.

어디서 요가를 가르치고 있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등 차를 내어주시며 물어보셨다. (보이차가 정말 맛있었다.)

아마도 내가 요가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아직 요가를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내 이름 한자를 물어보셔서 말씀드리니 'OO이는 제주도에 살아야겠구나.' 딱 이 한마디 하셨다.

아마 남쪽과 물과 관련된 한자가 들어가서 그리 말씀해주신 듯 했다. 그런데 그 말씀이 내 마음을 울렸다.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던 내 이름을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들으니 '정말 제주도에 내려와서 살면 어떨까?' 싶은 상상을 하게 되었다.

조심스럽게 선생님께 '저 선생님 뵈러 제주도 온거에요. 정말 영광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를 어떻게 알고 왔느냐? 내가 뭐라고 허허' 하셨는데 이런 겸손함을 어떻게 하면 갖출 수 있는건지 그 마저도 존경스러웠다.


각자만의 시간으로 사바사나를 마친 수련생들이 하나 둘 모여 차담을 함께 했다.

어쩌다보니 사주 이야기가 나왔는데 선생님께서는 살면서 한 번도 사주를 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운명에 삶을 끼워맞추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정해진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은 그저 수행만이 답이라고.

수행만이 정해진 운명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고.

저 문장들이 선생님이 묵묵히 걸어오신 길을 다 표현해주시는 것 같다. 그저 존경스러울 뿐.


차담이 끝나고 선생님께서 밥을 사주시겠다 하였다. 아마도 자신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온 나에게 밥을 사주시고 싶던게 아닐까 싶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간 수련생 분들도 드물게 밥을 사주시는데 나보고 운이 정말 좋은 것 같다고 하였다.

선생님이 따라주시는 막걸리도 받아먹고 함께 식사를 하고..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을 만들어주신 선생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둘 째날은 깊은 수련 후 마신 막걸리 때문인지, 힘들어서인지 숙소로 돌아와 잠을 자버렸다.

자고 나니 오후 5시가 되어있었다.

정말 요가만 하고 쉬고 있는 내가 웃겨서 피식 웃음이 났다.

아쉬운 마음이 들어 가져온 매트를 펴고 얼렁뚱땅 마이솔도 한번 해주었다.(얼렁뚱땅이라 표현한 것은 체력이 100%가 아니여서 정말 엉망으로 했기 때문이다.)

마이솔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해가 져있었고 밥을 시켜먹고 내일 수련을 기대하며 휴식을 취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셋 째날과 마지막날 이야기를 함께 적자니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제주 요가 이야기(4)에 이어서 작성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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