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에 시동을 걸고 잠시 앉아 있었다. 아니다 다를까 노란 경고등이 들어오고 차의 심장은 부르르 떨기 시작한다. 마음이 알 수 없이 무겁다. 지금 버는 돈으로는 새 차는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이 녀석을 살려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지난겨울에도 이 녀석의 심장이 벌렁벌렁 천둥벌거숭이 마냥 날 뛰었다.
그때도 다니던 카센터에 가니 점화플러그랑 배선을 사 오면 갈아준다고 하였다.
그때 나는 컴퓨터로 영상을 보다가 무릎을 탁 치며, 외쳤다.
"아니 이거 16mm 복스만 있으면 되는 거네 이거 내가 해볼까...." 하고는 부품을 사서 갈았더니 마치 예수가 절름발이를 일으 켜 세우듯 심장은 안정되었던 것이다. 그럭저럭 타고 다니다 보니 경고등은 들어왔다 없어졌다 반복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노란 경고등이 깜빡이기 시작했고 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이건 곧 운명하실 느낌이다.
차를 몰고 카센터로 가니 정비사들은 온통 다른 차에 붙어 무언가를 하고 있다. 원래는 약간은 까칠 하지만 보이지 않게 배려해 주는 정비사한테 물어보려 했는데, 다른 젊은 정비사가 오더니 어떻게 왔냐고 묻는다.
"아 이 차가 엔진부조가 있는 거 같습니다. 저 번에도 그랬는데 그때는 점화플러그랑 배선 사 오면 된다고 하셨는데 교체하는 게 너무 간단해 보여서 제가 했습니다. "
그는 점화플러그 배선을 힘주어 잡아 뺀다
그냥 빼면 쓱 빠지는걸 엄지와 검지로 꽉 누르고 안 빠지는 듯 힘을 주어 잡아 빼고는 말한다
"이래서,,. 차가 다 망가지는 겁니다. 개인들이 정비한답시고,,, 알지도 못하면서 다 망가뜨려서 와요!"
"아.. 그 유튜브를 보니 복스만 있으면 그냥 되는 거라 그냥 제가 했습니다. 사정도 조금 어려워서요"
사정이 어렵다는 말에 정비사는 잠시 나를 흘깃 쳐다본다.
"점화코일을 갈아야 해요 그러면 조금 부조가 잡힐 겁니다. 실화 뜨는 건 그냥 타셔야 하고요
그러더니 사무실에 대고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친다.
"점화코일 주문 해주세요~!!!"
"비용은 얼마나 할까요?" 나는 조심스레 물어본다.
"그건 사무실에 물어보세요" 정비사는 무심하게 대답한다.
"점화코일을 교체하면, 부조가 완전히 잡힐까요?" 나는 약간의 의문을 품고 묻는다.
정비사는 하던 일을 하며 ,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대답을 하지 않는다.
나는 사무실에 가서 비용을 물어보니 공임포함 16만 원을 이야기한다.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아 저.., 일단 진단비 만원을 드릴게요 그리고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워낙 오래된 차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해 봐야겠습니다."
" 네... 네... 네" 육중한 덩치의 아주머니는 오른손으로는 전화 수화기를 들고 통화를 하며 내가 건네준 만원은 다른 손으로 받아 잽싸게 돈통에 돈을 넣으며 말한다. 나는 그녀가 나에게 네라고 하는 건지, 수화기 너머의 누군가에게 네라고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빨리 이곳을 나오고 싶어졌다. 도망치듯 정비소를 나와 집 주차장에 앉아 생각한다. 휴대폰으로 점화코일을 검색한다. 정품과 정품에 준하는 새 제품이 가격차이는 2배가 넘는다. 영상을 찾아본다. 아니 이건 10mm 복스만 있으면 되는 거다.
"10mm 복스만 있으면 난... 또 절름발이를 일으 켜 세울 수 있는 것이야"
왠지 차와 함께 낡아, 쇠잔해져 가는 나에 대해 생각하니, 예수님 놀이에도 마음은 무거워진다.
"돈이 예수지, 돈만 있으면 다시 태어날 수도 있는걸~"나는 혼잣말을 중얼 거린다.
그리고는 잠시 망상에 젖는다..
세월이 흐른 후 나는 아직 살아 있고,
어느 한적한 교외 갓길에 나의 작은 경차를 대고 커다란 플래카드를 걸고 있다
"당신 애마의 심장이 떨리시지 않나요? 천둥벌거숭이 마냥 날뛰는 심장을 진정시켜 드립니다"
나는 오른손에는 10mm 복스와 왼손에는, 16mm 복스를 들고 지나가는 낡은 차들에게 복스를
흔들어 보이며 웃으며 말한다.
"고객님 ~~~! 복스의 기적을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