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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서 2

by 톰슨가젤

김 새치씨는 , 어제 아침나절에 잠들어 새벽의 은은한 통이 트기 전의 그 부드러운 여명을 즐기다 마태복음을 틀어 놓고 잠이 들었다.. 그는 교회도 다녀보고 성당도 다녀보고,, 하지만 인간들의 그 행위들이나 움직임들에는 심각한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고 예수랑 담판을 짓기 전에는 다시는 그런 곳에서 숭고한 느낌을 받은 척은 하고 싶지 않은 거였다. 한 달에 한 번쯤 머리가 귀 밑을 살짝 간지럽힐 즘이면, 거울을 보고 타인을 의식한다 조금은 다시 깔끔해져야 현대인으로 의심받지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이 대목에서는 약간은 범죄자 같은 느낌도 든다 현대라는 조명아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랄까. 거울을 다시 보면 " 아니 이제 50살인데 기존 덮고 그래도 되지 나이 먹을수록 그런 게 맞지" 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관은 무섭다. 오늘 이발을 안 하면 직장에 가서 주변사람들이 보내는 시선이 자신이 없는 것이다.


비가 촉촉이 온다.. 주머니에 찔러 넣고 나온 힘없이 부실한 3단 우산을 펴서 머리 위의 새까맣게 위협하는 하늘을 가려본다. 다행히 샌들을 신고 나와서 발이 자신감 있고 편하다. 여자 이발사 두 명이 일하는 이발소의 그 파란색 빨간색 줄무늬가 두 마리의 뱀같이 새겨진 등이 불이 꺼진 채 돌아가고 있다. 김새치씨는 유리문 앞에서 우산을 몇 번 털고 들어간다. 그 수습 이발사는 다른 손님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김새치씨는 원장 이발사의 손짓에 따라 빈 의자에 앉아본다.

"아 원래 적당히 자르셨죠?"라고 원장 이발사가 묻는다.

"네 " 김새치씨는 무의식적으로 답한다 업소 내에는 에어컨이 안 나오고 있다

"아 밖에 더 시원한 거 같아" 원장 이발사가 말한다.

김새치씨는 이미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온몸에 땀이 흐른다.. 서걱서걱 또 힘없는 자아 같은 머리카락들이 잘려나간다. 머리카락이 잘려나갈수록 자아는 조금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염색은 저번에 했는데.. 오늘은 안 해도 될 거 같은데요?"하고 김새치씨가 묻는다

원장은 김새치씨의 머리를 빗으로 뒤적이더니 " 어 이상하네 원래 염색하셨어요? 새치가 없는데요?"라며

되묻는다.


가게 내에 습기가 가득 차 온몸에 땀으로 뒤범벅이다 서걱서걱 가위의 놀림과 , 위이잉 이발기의 불안한 흔들림 같은 모터소리가 반복되다가 김새치씨는 다시 잘생겨졌다. 거울 속에선 김새치씨의 빛나는 동공과 원장이발사가 두 손으로 김새치씨를 지그시 누르고 있는 모습이 사진처럼 박혀있다..

"수고하셨습니다" 원장이발사가 말을 한다 노란 스펀지로 머리와 귀 목부분을 훑어 낸다.

김새치씨는 불필요한 동작은 하지 않고 만원을 지갑에서 꺼내어 카운터 데스크에 있는 수습이발사여자에게 건넨다. 그녀의 동공은 맑게 빛나며

" 저기 거스름돈 3처원.."이라 말하며 김새치씨를 바라보고 있다

" 아 원래 저는 만원 드렸습니다"라고 김새치씨는 조용하게 이야기하고 나온다.

김새치씨는 이상하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3천 원을 더 드리는 게 불편했을까? 아니면,, 나랑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녀의 빛나는 눈빛에는 약간은 서운한 기운이 서려 있던데. 그건 무얼까 참 여자들은 복잡해.. 알 수가 없어 호의적으로 빛나며 단단한 칼날 같은 추궁을 받은 느낌이란 말이지 저번에 수습이발사에게서 머리를 깎을 때는 그녀는 밤새 머리를 깎을 기세였었는데... 김새치씨는 또 갈 곳이 없네 동네 슈퍼에서 막걸리를 두어 병 사서 초라하지만 익숙한 방에 담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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