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치씨는 분명 저번주에 이발을 해야 할 시기였지만 , 몸도 안 좋고 그래서 머리카락들에게 한 주간 단두대의 형장을 연기해 주었던 것이다. 20여 일 만에 막걸리 두병을 마신 김새치씨 다시 맑은 기운은 구름 위로 반납하고 속세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한 아침을 맞은 것이다. " 아 어제 괜히 술을 마셨나..." 그는 담배 끊을 때를 생각하고는 그래 그때처럼 중간중간 한 번씩 마셔주고 이제는 술과도 이별을 해야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산뜻하게 대충 씻고 옷을 입고는, 샌들을 신고 이발소로 향한다. 이발소 유리창 속에는 원장이발사와 수습이발사가 손님을 한 명씩 맡아두고 분주하게 일하고 있고, 대기 의자에 5명이나 앉아 있다. 김새치씨는 잠시 유리문을 쳐다보다가는 이따가 다시 와야겠다 생각하고는 발걸음을 돌리는 찰나 수습이발사의 검은 눈동자 속의 강렬하게 빛나는 눈동자의 빛이 김새치를 잠시 붙잡는다. 으 여자들이 저렇게 또렷이 쳐다보면 너무 무섭단 말이지...
김새치씨는 동네를 돌며 미리 장을 봐 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마트로 가서 이것저것 담아서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어젯밤에는 막걸리와 오징어무침을 해 먹었는데 오늘은 국을 끓이다 보니 김치 콩나물국에 다시 오징어를 넣고 다시 오징어 비빔밥을 해 먹었더니 이 인간의 혀라는 건 참 간사해서 어제는 그렇게 달콤한 남의 살이 이틀 연속 먹는다고 그새 질림을 느껴버리는 것이다. 김새치씨의 몸속에 이런 교만한 배부름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김새치씨를 잠시 힘들게 한다. 이틀 연속 먹는 오징어의 물림보다, 그런 인식을 가진 자신의 혀와 의식이 싫은 것이다.
"전생에 무슨 루이 16세쯤 되었던 거야"
그것도 아니면서 생각하면 할수록 이 교만한 혀가 마음에 안 든다. 하지만 김새치씨의 몸의 일부라 김새치씨 그 자신의 일부기에 그는 결국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김새치씨는 오후쯤 돼서 다시 그녀들의 이발소로 향한다. 다행히 손님은 다 없어지고, 수습이발사와 손님 한 명만 있다 원장이발사는 늦은 점심식사를 하러 간 모양이다. 김새치씨는 잠시 앉아서 기다리다가 수습이발사가 앉으라는 말을 듣고 이발소 의자에 앉아본다 맞은편 상반신을 비추는 전신거울의 김새치씨는 약간 샤프해졌다 살이 조금 빠졌기 때문이다.
" 아까 왔다가 그냥 가셨죠?" 수습이발사가 빛나는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묻는다.
" 네 사람이 많더라고요 여기는 인기가 너무 많아서 올 때마다 그런 거 같아요" 라며 김새치씨가 답한다.
"머리가 아주 차분하신데요? 아주 적당한 거 같아요" 수습이발사가 말한다.
"네 그렇네요 제 머리가 잘 뜨거든요 이 정도 길이가 돼야 조금 차분해지네요 "라며 답한다
"그러면 조금만 다듬을 게요"
"네 그렇게 해주시고 염색도 해주세요 슬슬 하얀색이 올라오더라고요"
갈색의 플라스틱 빗으로 뒤적거리며 , 흰색 머리카락을 확인하며 수습이발사는 답한다
"어머 조금 올라오긴 하는데 ,, 네 그럼 염색도 해드릴게요"
그녀는 이발기를 몇 개를 바꾸어 가며 또는 가위로 아주 천천히 김새치씨의 머리들을 요리해 간다. 그녀의 과정은 항상 의심이 들게 한다. 옆머리를 바짝 올려쳐 버려서 이건 젊은이들이 하는 그 헤어스타일이 아닌가 하는 공포심이 살며시 들며 안절부절못하지 못할 마음이 태동할 무렵 , 그녀는 노련하게 다시 한번 엄지와 검지로 머리를 매만지고 앞머리의 윗머리의 숫을 쳐내 다시금 적당한 보급형 중년을 만들어 낸다. 언제 이런 스킬을 마스터한 거지.. 그녀는 이제 수습이라기엔 자기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낸 거 같다.
"결혼은 안 하셨죠?" 수습 이발사가 묻는다
"네 어떻게 아셨죠? 하하 결혼 안 하면 티가 나나 봐요?" 김새치씨는 되묻는다.
"이 일을 하면 약간 점쟁이가 되는 것 같아요 결혼한 손님과 안 한 손님 딱 알아보겠더라고요 호호 아 약간 실례되는 질문이었다면 죄송합니다" 그녀는 여유 있게 머리를 자르며 답한다.
"아니오 능력이 없으면 안 하는 것도 좋은 거죠 뭐 " 김새치씨는 약간은 항변하듯 답한다
"요즘은 결혼 말고 아 맞다 제 친구들은 돌싱이 많아요 갔다가 온 친구들이요 호호, 뭐 졸혼도 유행이라던데요
결혼은 유지하되 이미 남남처럼 살다가 무슨 일 있을 때만 부부처럼 행세하는 뭐 그렇데요" 수습이발사는 약은 신명이 난 느낌이다. 때마침 원장이발사가 식사를 마치고 들어온다
"원장님이 들으시면 제가 졸혼인 줄 아시겠어요 하하" 김새치씨는 그 특유의 노파심에 말을 한다.
수습이발사는 김새치씨의 머리카락의 가운데를 반으로 나누고 염색약을 발라가기 시작한다. 이 차가운 염색약이 두피에 닿을 때마다 시원한 느낌 이 느낌이 좋단 말이지 김새치씨는 무언가 행복한 기분이 솟는 기분이다. 좌우로 나뉜 머리카락에 꼼꼼히 염색약을 바르고는 투명봉투를 씌워주고는 수습이발사는 그새 새로 들어온 손님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 어떻게 자르셨죠? 물으며 일을 이어간다 그녀는 왜 갑자기 저렇게 신이 난거지 김새치는 약간은 의아스러우면서도 무언가 자신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져보기도 한다
한 20분 기다리다가 머리를 감을 차례인데, 수습이발사는 다른 손님을 상대 중이었기에 원장이발사가 머리를 감겨준다 투명봉투를 벗기고 귀옆의 작은 비닐을 벗기고 염색약이 묻은 머리 위로 따듯한 물이 흐르더니, 원장이발사의 손길이 김새치씨의 두피에 부드럽게 마사지하며, 염색약을 헹구어 낸다. 김새치씨는 너무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원장이발사의 손이 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 두 달 사이에 손님을 너무 많이 받은 걸까 눈으로 본 것도 아니 김새치씨의 두피와 그녀의 손길의 회담 같은 거에서 김새치씨의 의식은 약간의 슬픔 낡아버림을 느껴버렸다니 이 얼마나 아련한 일인가. 원장이발사는 염색약을 헹구어 내고 샴푸약을 묻혀 머리카락과 두피에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어루만지며 샴푸액을 바 들더니 헹구어 낸다. 그러더니 또 이번에는 린스인가 또 무언가 액체를 바르고 비비더니 또 헹구어 낸다 그러기를 3회 그녀의 손길의 느낌은 그 사이에도 낡아 가는 느낌이 든다.
이 부분에서는 관능적이기보다는 슬픔이 밀려온다.. 김새치씨는 어깨에 얹은 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말리고 ,, 수습이발사의 다시 앉으라는 눈빛에 다시 앉아 본다. " 마무리를 해야 해요 옆에 머리카락도 튀어나온 게 있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발기 여러 개로 여기저기 다시 다듬는다 한참을 공들이더니 그녀는 " 네 수고하셨습니다 "하고는 어깨의 씌운 천을 벗겨내고는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털어낸다.
김새치씨는 이레 그렇듯 카드를 내밀고 결재를 한다. 원장이발사는 잘 인식 안 되는 카드를 수건으로 닦으며
다시 결재를 시도한다 "이렇게 하면 잘 되더라고요 " 라며 말한다
뒤편에서 잘린 머리카락을 수습하던 수습이발사의 빛나는 동공은 김새치씨를 눈부시게 한다
"안녕히 계세요"라며 김새치씨는 도망치듯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