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근 후 마우스를 따각따각, 키보드는 버럭버럭 누르면서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켜고는 그 안의 얼음까지 와그작와그작 씹고 있을 때였다. 마침 차장님이 뒤에서 보고 계셨는지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일... 할 땐 하더라도 '아아' 한잔 정도는 괜찮잖아... 요?
“요새 스트레스 많이 받는구나, 허허허.”
“......, 예? 아, 아닙니다. 하핫.”
내 어깨를 두 번 툭툭 두드리고 가시는 차장님. 가시면서 한 말씀 덧붙이신다.
“아니긴 뭘~, 속에 열이 많은 것 같구만! 쉬엄쉬엄해.”
얼음 씹어먹는 걸 보시곤 그러신 걸까. 원래도 종종 얼음을 와그작 씹어먹던 ‘나’다. 얼음을 깨부숴 먹을 때 느껴지는 그 시원함과 묘한 기분 좋음. 그리고 약간의 스트레스 해소. 이런 이유로 얼음물은 물론 종종 얼음까지 씹어 먹는다. 물론 그런 것을 의식하고 먹은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얼음을 씹어먹고 있다.
얼음은 직장인의 필수품이다.
차장님 말씀을 다시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다. 무의식적으로 했던 나의 행동들을 다시 생각해보면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할 일이 산더미 같아 답답할 때, 바로 탕비실로 직행한 다음 살짝 닿기만 해도 차가운 얼음물을 받아와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켜곤 했다. 그 빙산같이 차갑고도 시원한 얼음물을 마시고 나면 찜질방같이 뜨거운 증기에 답답해져 있던 속이 깨끗하고도 시원한 물로 싹 쓸어내려 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매우 더운 한 여름날, 땀을 한 바가지 흘린 다음에 방에 들어와 에어컨을 18℃로 맞추고, 강풍으로 바꾼 후 그 바람 앞에 서 있는 느낌과 같은 상쾌함. 그때, 얼음까지 한번 씹어주고 나면 금상첨화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의 빙산
시원한 물은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 답답했던 속을 풀어주고 정신을 상쾌하게 해 준다. 일을 빨리빨리 해내려면 뜨거운 커피를 홀짝거릴 시간이 없고 그럴 여유도 없다. 뜨거운 물을 식히려고 후후 불어 식히는 행동이 오히려 스트레스다. 빨리 마시지 못해 홀짝거려야 하는 게 오히려 더 답답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내 몸은 이미 무의식적으로 ‘빨리빨리’라는 것에 온몸과 마음이 맞추어져 있는 것인지, 일단 빨리 찬물을 들이켜 뜨거운 속을 좀 식혀야 한다. 빨리 답답한 속을 달래줘야 하고, 빨리 카페인을 보충해서 정신을 깨워야 하며, 빨리 마시고 ‘커피를 마시는 행위’가 아닌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파다. 한겨울에도 영하 20도인 날씨에 벌벌 떨면서라도,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차가운 얼음물을 들이켜야만 비로소 답답했던 마음이 편안해진다.
카페인 보충과 스트레스 해소에는 '아아' 가 제격!
“OO아, 요새 힘드니?”
“아, 아뇨. 그냥 얼음 먹은 건데 그러시네요, 하하.”
차장님의 그 말씀을 들은 옆자리 과장님이 나에게 물어보신다. 애써 태연한 척 얼버무려 대답해본다. 그러고 보면 요새 새로 맡은 일들에 대한 부담감으로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꽤 쌓였나 보다. 그걸 아시고선 말씀하셨는지만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오늘도, 얼음물로 답답했던 속을 달래는 얼죽아파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