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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러뱅interrobang Sep 30. 2024

0. 다들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그래도 다들 하고 싶은 말이 있을 테니까-


쥐 1:펭아, 힘내고... 힘들면 연락해.
펭:아... 안 그래도 제가 고민이 있는데요..
쥐 1:잠깐 혹시 우울한 얘기인가? 그럼 난 빠질래.
쥐 2:나도.
 쥐 3:나도.


잇선 작가의 웹툰 우리가 바라는 우리 72화에 나오는 대화입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으려 하고 하면

그들의 어딘가 불편한 듯한 표정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런 이야기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텐데, 시간을 뺏고

내 고민거리만 떠넘긴 것 같은 기분에 우울감은 더욱 심화되곤 하지요.

게다가 그들에게서 비슷한 위로를 듣다 보면 과연 내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의례적인 위로만 하는 걸까 하는 의문도 들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나 경청이

아닌 차가운 냉소나 면박으로 돌아올 때면 마치 세상에서 고립된 듯한 느낌마저 들죠.




슬픔은 전염되기 쉬운 질병이라서 망설이지 않고 모퉁이를 돌아섰다.
남겨두어도 누구 하나 병들게 할 수 없이 허약한 슬픔이라서
 나 혼자만 앓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타인과 슬픔을 공유하는 게 어렵다는 걸 깨달은 뒤로

전영관 시인의 "작별"에 나오는 구절처럼 이 독 같은 괴로움을 혼자서 감내해보려고 하지만

석면이 폐에 염증을 일으키고, 이게 결국 암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해소되지 못한 마음속의

괴로움은 점점 쌓이다가 결국 큰 병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지요.

수많은 정신의학과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말하는 것처럼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현실 속에서

이 감정들을 풀어놓을 곳이 좀처럼 부족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술이나 담배를 같이하며 그런 고민들을 나눈다는데

술 담배를 안 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우울함이나 슬픔을 공유하고 해소할 장소가

더더욱 없지요.




그래서 우울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글로써 우울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일기를 쓰는 것도 방법이지만 되도록이면

다른 분들과도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제가 느낀 우울과 슬픔, 분노 같은 감정들을 최대한 정돈하여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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