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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키 Mar 20. 2024

스불재

스스로 불러온 재앙

내가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자주 붙는 별명인데.. 난 그래도 나에게 절대 저 명칭을 갖다붙인적이 없었다. 내 상황이 재앙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았다면 재앙인 경우는 많았음)


예를 들자면,

새벽 운동 (심지어 스쿼시;;)을 등록해서 꼬박꼬박 운동을 하러 나가다가 면역력이 떨어져서 운동하기 전보다 건강을 더 잃는다던가

가구 조립할 때 설명서를 제대로 안보고 조립해서 정확히 반대로 깔끔하게 조립된 가구를 다시 푸르다가 망가트린다던가

뭐 등등 많은데


어제의 나는 내 스스로 정말 '이게 스불재구나' 라는 걸 피부로 느껴버림


이사 후 서랍장을 너무나도 장만하고싶었던 나는 여러 서랍장들을 찾아봤는데 (첨엔 깔끔한 화이트가 사고싶었음)

뭐랄까 파스텔톤의 서랍장이 갑자기 사고싶어진거다.

> 스불재 발단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랬다. 그래서 서랍장에 시트지를 오려 붙여야겠다는 판단이 섬

그리고 새 서랍장에 시트지를 오려 붙이기엔 너무너무 아까운 맘이 들어서(이것도 웃김;) 당근으로 (하..) 서랍장을 저렴하게 가져오기로 맘먹음


내가 가져오기로 약속한 서랍장은 K5 차량에 절대 들어가지않았고 그린카로 대여한 레이에도 아슬아슬하게 들어가지 않았다 (여기서 포기했어야함)

근데 그게 너무 아까웠떤 나는 (왜 아까웠을까 그냥 버려~!!!) 거금 5만 원을 들여 용달까지 부름.. (미친사람같음) -> 차량 대여비까지하면 여기서 이미 새 가구 살 돈 나옴 ;; 미치겠네


그리고 가져온 서랍장은 사진보다 더 헐어있었고 하루 죙일~ 닦는데에만 시간을 왕창 씀

> 스불재 전개


심지어 서랍장이 군데군데 파인 자국이 있어서 퍼티를 구매해서 (또 돈을 쓰네) 퍼티로 메꿈...

그리고 페인트칠 할 것도 아니면서 굳이 굳이 시트지가 잘 붙길 바라며 프라이머를 사서 꼼꼼히 바름 (이게 정말 최악의 선택이였따)

시트지 구매에도 약 6만 원 정도가 들었는데 ... 쓰고보니까 미친사람같음 ㅋㅋㅋㅋㅋ

시트지를 붙이는 순간 시트지에 깔끔하게 프라이머가 붙어서 떨어지는거임.....

그 때 진짜 눈물날뻔했다

> 스불재 위기


그래서 박스테이프를 좍좍 뜯어가며 전날 꼼꼼히 바른 프라이머를 하나씩 하나씩 뜯어내기 시작함.....

환장하는 줄 알았다.....

가구 전면의 접착제? 같은 것들도 함께 떨어지면서 돌아버릴거같은 냄새도 진동하기시작함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 스불재 절정


그래서 어제 간신히 간신히 뜯어낸 벽 몇군데에 시트지를 붙여놓고 (쩎쩍 떨어지는 부분에 눈 딱 감고 그냥 순간접착제 발라버림.. 이거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저녁 7시부터 시작했는데 새벽 1시가 되는 매직을 경험하고... 

절반 정도 엉성하게 붙어있는 시트지를 보면서 욕 한번 날리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로 나왔는데 진짜 

다 던져버리고싶었음... ^^ 미쳐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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