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요세미티 국립 공원
5월 3일 (토)
미국으로 건너와 시차 적응 때문에 거의 잠을 못이뤘다. 가족들 모두 2~3시간 눈을 붙인 게 다였을까. 기대반 설램 반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기상시간인 5시가 되었다. 아침 조식에 맞춰나가야 해서 미리 짐 정리를 하고 씻고 나갔더니 뭔가 자리도 어수선한 조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부실한 조식에 눈살이 찌뿌러졌지만 내색 하지 않고 일단은 베이컨, 달걀 스크럼블을 입에 집어 넣었다.
부끄럽지만 좌석이 부족해서 의자를 빌리기 위해 영어를 써서 빌렸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주어를 Can I 로 물어봐야 할 것을 Could you ~로 물어봤더라. 가이드가 한마디 덧붙여준 덕분에 의자를 빌렸지만 내가 아는 영어가 입에서 나오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아. 중학교 영어 수준인데... 큰 애가 못들었겠지.
나중에 가이드에게 전달 받았지만 뭔가 혼선이 있어서 제대로 조식이 준비가 안되었다고 했다. 가이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었던 것 같지만 미국 문화나 일처리 방식이 한국과는 사뭇 다른 걸 느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나 손님 중심의 문화에 너무 익숙해졌나보다.
약간 무거운 몸을 이끌로 버스에 올라 요세미티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7시에 출발하는데 11시 넘어 도착한다고 하니 미국 땅덩어리 크기에 또 한번 놀랐다. 중간에 화장실을 들릴 겸 마트에 들어갔는데 약간 멕시칸 계열의 상품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물건들이 많아서 사진 않았지만 급하게 필요한 여성용품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3시간 정도 바깥 풍경을 감상하면서 달리니 어느새 요세미티 국릭공원에 다다랐다. 시차적응 때문에 비몽사몽 버스에 잠을 잤지만 점점 높어지는 산, 나무들이 보여서 설레기 시작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입장료를 내는 시점부터 기가 막히게 풍경이 더 좋아진다고 하니 더 기대하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결혼했다던 요세미티 교회도 차창 밖으로 구경하였다.
버스에 내리니 기회한 화강암 바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단일 암석 크기로는 가장 크다고 하는 엘케피탄을 비롯해서 탁 트인 들판 위에 바위들이 웅장하게 서있는 모습이 사람들을 압도시켰다. 여기에서 암벽등반을 했다는 어떤 등반가 이야기를 가이드에게 전해들었는데 그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깍아지른 절벽이었다. 여기에 한국의 울산바위를 비교하면 초래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비가 온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살짝 긴장했지만 버스에 내려서는 다행히 내리지 않아서 면사포 폭포를 구경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면 폭포수가 면사포처럼 흩날린다는 폭포였다. 시원하게 내리꽂는 폭포에 꽉 막혔던 머릿속이 펑 뚫리는 것 같았다. 가족사진을 비롯해 사진 찍을 시간이 많아서 여러 인증샷을 찍고 거대한 나무들에 기대어 나무들이 지나왔을 시간의 깊이를 생각해보았다.
탁 트인 들판에서 하프돔, 일명 노스페이스 바위가 보인 곳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양팔을 벌리고 자유의 날개짓을 하듯 사진 여러장을 찍었다. 버킷리스트 하나를 달성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였다.
다행히 운이 좋아 일행들은 삼단 폭포까지 걸어가 더 구경할 수 있었다. 가는 길이 약간 멀고 빗방울까지 덜어져서 아이들과 아내는 도중에 왔던 길로 돌아갔지만 난 끝까지 가서 멋진 폭포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올 수 있었다. 물줄기가 시원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저기 아래에서 폭포수를 머리로 맞으면 아마도 거대한 물줄기 탓에 내가 휩쓸려가겠지만 어쩌면 신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생각도 하게 되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안의 숙소 겸 기념품 가게가 있는 곳에서 햄버거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모자나 머그컵 등 간단한 기념품도 구매했다. 약간 충동구매 한것 같긴한데 모자에 있는 바위는 아마도 노스페이스 바위이고 옆에 나뭇잎이 새겨져 있는 게 멀리서 보면 예비군 모자 같아서 웃겼다.
그 이후로 날씨가 그렇게 썩 좋지 않아서 흐린 날씨에 사진들이 약간 엉망이어서 속상했지만 요세미티 공원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서 폐 속 깊이 각인 시키고 싶어 여러번 심호흡을 하였다. 아쉽게 버스로 올라 저녁을 먹으로 이동했다. 버스 이동 중에 오래전에 산의 암석을 뚫고 만든 터널을 지났는데 군데군데 창문처럼 뚫려 있는게 신기했다. 예전에는 기술이 발달 안해서 빛이 안들어면 터널 작업이 힘들어서 그렇게 창문처럼 뜷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저녁은 A Star 라는 뷔페식 식사였는데 중국 요리, 멕시칸 요리 등 결혼식 뷔페 같이 다양한 음식들이 나왔는데 아침, 점심 식사가 부실했어서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식사는 맛있게 먹었다. 가이드 말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하는데 다행히 나쁘지 않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베이커스 필드라는 곳에 있는 호텔에서 숙박하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행 출발 때부터 감기 기운이 있던 둘째 애가 열이 많이 나기 시작했다. 열이 40도가지 나서 해열제를 먹이고 간호하느라 와이프가 잠을 푹 못잤다. 여행을 중단해야 하는 오만가지 생각하면서 나도 잠을 못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