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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여행을 떠나다

3. 캘리코 은광촌 & 라스베이거스 1일 차

by 행복고래

5월 4일 (일)


둘째 아이가 열이 심하게 나서 여행 중단을 해야 할지 고민했었지만 여기서 중단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일정들이 남아있고, 패키지여행이다 보니 일행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말자는 생각에 일단 강행하기로 했다. 다행히 한국에서 감기약, 해열제를 넉넉히 챙겨 와서 며칠간은 버틸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다.


억지로라도 조식을 챙겨서 먹고 라스베이거스 사막지대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이동시간이 길기 때문에 중간에 바스토우 아웃렛에 들러 간단한 쇼핑도 하였다. 40분 정도밖에 여유시간이 없어서 와이프와 난 사고 싶은 매장을 정해서 들어가서 와이프는 요즘 유행한다던 코치 옷을 한벌, 나는 CK 청자켓을 한벌 샀다. 애들 옷은 한국에서 새로 많이 구매해서 따로 사진 않았지만 가이드가 내일 어린이날인데 라는 말을 해서 좀 미안했다. 그렇지만 아직 너희들을 위해 돈 쓸 곳은 아직 널렸잖니. 유니버설 스트디오라던지.


쇼핑 후 Habit 버거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특이하게 감자튀김 대신 콩까지 채로 튀긴 게 사이드 메뉴로 나왔다. 햄버거는 약간 소스가 부족해서 퍽퍽한 맛이었지만 패티가 두꺼운 버거킹 느낌이었다. 이후 알게 되었지만 한국에서 당분간 햄버거는 쳐다도 보지 않을 정도로 햄버거를 많이 먹게 되었다.


이후 도착한 곳은 캘리코 은광촌이라는 곳이었다. 멀리 산에 CALICO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는데 회사 업무에서 많이 사용되는 라이브러리 이름이 캘리코여서 약간 속으로 웃었다. 나중에 여행 곳곳에서 익숙한 라이브러리 이름이 미국 지명 혹은 성씨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해서 그런지 여기에 도착했을 쯤에는 하늘이 쨍하게 파랬고, 햇빛이 눈부셔서 선글라스가 필수였다. 아쉽게도 둘째 딸은 감기약 때문인지 버스에서 일어나기 힘들어했다. 어쩔 수 없이 첫째 딸만 데리고 은광촌을 구경하게 되었다. 여기는 서부시대에 한참 은광 채굴로 사람이 많았던 시절에 캘리포니아 최대 규모의 도시였는데 은값의 폭락으로 사람들이 떠나서 유령도시가 되었던 것을 월트 디즈니가 복원하면 괜찮겠다고 해서 복원해 놓은 곳이라고 했다. 마치 서부 영화에서나 볼 법한 목조 건물들이 멋들어지게 복원되어 있었는데 사실 불면 날아갈 것 같이 생겼었다. 사막이라서 비가 많이 안 와서 이런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쨍한 날씨 덕분에 여기서 찍은 사진들은 아무 곳에서나 찍어도 비현실적으로 멋지게 사진이 찍혀서 신나게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기에 열중했다. 카우보이 흉내도 내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웃고 떠들었는데 버스에서 잠에 취해 있을 둘째 딸이 나중에 아쉬워할 생각에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미국은 차에 아이를 혼자 내버려 둘 수 없어서 버스기사분과 가이드 분이 관광하는 시간 동안 대기해 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사진을 열심히 찍고 다시 버스에 올라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라스베이거스는 네바다 주의 사막 위에 세워진 화려한 카지노의 도시이다. 덤불만 듬성듬성한 사막의 풍경에서 멀리 높은 빌딩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금색으로 치장된 트럼프 호텔 등 으리으리한 호텔과 형형색색의 LED 간판들이 즐비했다.


라스베이거스 시내 관광 투어는 포토 존이라고 불릴만한 핫스팟 들을 버스로 이동하면서 구경하는 것이었는데 호텔들마다 사람들의 눈요기를 하기 위해 저마다 특색 있게 꾸며놓은 곳들을 구경하는 거였다. 베네치아를 그대로 축약해 놓은 호텔 거리부터 온갖 꽃 장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호텔들이 있었다. 사실 14년 전에 베네치아를 이틀이나 관광하면서 속속들이 풍경을 마음에 담았던 나로서는 1/4 크기로 축약해 놓고, 하늘도가짜로 만들어 놓은 베네치아 거리가 약간 우습긴 했지만 곤돌라도 운행하고 리알토 다리도 그럴듯하게 꾸며놓은 걸 보고 아이들은 재밌어했다.


호텔에 체크인 시간이 되어 일단 짐을 놓고 시내 관광 투어를 추가로 해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호텔에 하수도 파이프가 터져서 주차장이 물바다가 되어 있어 있다. 버스가 주차할 수 없는 돌발 상황에서 침착하게 가이드가 호텔 지배인과 이야기를 잘해서 벨보이가 옆 호텔 주차장으로 주차한 버스에서 투숙할 호텔로 캐리어들을 옮겨 주도록 했다. 이런 일도 드문 일인데 일처리가 이렇게 빠르게 진행된 것도 드문 일이라고 가이드가 이야기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까지 와서 주차장에서 멍 때리고 있을 뻔했는데 역시 어딜 가든 솟아날 구멍은 있나 보다.


체크인 후 호텔 근처 한식집에서 고등어구이, 불고기로 식사를 했다. 같이 온 일행 중에 나이 드신 분들은 빵쪼가리만 먹다가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다고 즐거워하셨다. 우리 아이들도 한식파여서 맛있게 식사하고 둘째 아이도 밥을 잘 먹고 기운 차렸다. 식사 후엔 라스베이거스 쇼를 보는 분들과 일정이 갈렸는데 우리는 쇼는 선택하진 않았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눈높이가 안 맞는 것 같아서 대신 쇼 극장이 있는 호텔 내부에서 사진 찍다가 커피숍에서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주문해서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커피 테이크아웃에는 팁이 안 붙었는데 아이스크림을 퍼서 담아주는 데에는 팁을 요구해서 미국의 팁문화에 씁쓸해해 했다.


일행들의 라스베이거스 쇼 관람이 끝난 후에 LED 쇼가 펼쳐지는 다운타운 거리로 갔다.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다가 일행을 놓쳐서 큰일 날 뻔했지만 다행히 일행을 만나서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LED 쇼를 관람할 수 있었다. 돔 형태의 천장에 LED가 형형색색으로 정신없이 불을 밝혔다. 사람도 많고 화려하고 음악도 시끄럽게 울려대서 정신없었지만 신기한 구경을 하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나중에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 약간 담배, 대마초 냄새도 심해서 힘들었다고 했다. 사실 나는 다 큰 애들이긴 하지만 혹시나 이 많은 인파에서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느라 즐기진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아름다운 정원으로 장식된 호텔 로비로 이동해서 감상했다. 감상하는 시간보다 열심히 사진 찍는 시간이 길었던 것 같지만 4인 가족 여행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감상 시간도 짧게 줘서 시간 나면 내일 자유 일정에 다시 와보기로 하고 짧은 감상만 하고 벨라지오 분수 쇼 공연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분수 쇼는 라스베이거스가 원조라고 하는데 내가 자꾸 목포의 평화광장의 분수 쇼랑 비교해서 와이프가 핀잔을 줬다. 그래도 막상 분수쇼가 시작하고 Time to say good bye 음악이 흐르자 시원한 물줄기에 금세 몰입하였다. 동영상도 찍고 멋진 에펠탑 모형의 LED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왜 라스베이거스가 밤의 도시인지 알 것 같았다. 10시 훌쩍 넘은 시간에도 많은 인파들이 분수쇼를 보며 행복을 만끽하였다.


분수쇼를 보고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일행과 버스 시간 약속 때문에 허겁지겁 버스로 올랐다. 패키지여행의 장점이자 단점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인증샷은 찍을 수 있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감상할 시간은 너무 부족했다. 그러나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할만한 솔루션을 찾으려면 시간과 돈을 더 투자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에서 어쩔 수 없지 하고 체념하게 되었다.


라스베이거스 첫째 날 일정은 오전부터 버스 이동 시간도 길고 시내투어 때문에 많이 걸어서 힘든 일정이었다. 다행히 둘째 날은 자유 일정이 있고, 후버댐 가는 오전의 선택 관광은 안 하기로 해서 늦잠 자기로 했다. 그런데 내 한 가지 욕심이 있었는데 라스베이거스에 최근 명물인 스피어 공연을 꼭 보고 싶었다. 사실 관련 가격이 100달러 이상이어서 좀 부담되어서 고민했는데 둘째 날 일정이 여유 있을 것을 생각해서 관람하기로 결정하고 예약을 했다. 그런데 도무지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카드 결제, Paypal 모두 에러가 나면서 결제가 안되었는데 한국의 어떤 대행 사이트에서 당일 예약이 되는 것을 발견하고 겨우 예약에 성공했다. 장장 1시간 반 만에 예약에 성공해서 기쁨 마음에 잠에 들 수 있었다. 호텔 로비 곳곳에 있는 카지노 슬롯머신 들을 한번 해볼까도 했지만 가족 모두 지쳐 있어서 서둘러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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