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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여행을 떠나다

5. 유타주 - 자이언캐년 & 브라이스캐년 & 홀슈스밴드

by 행복고래

5월 6일 (화)


라스베이거스를 아쉬운 마음으로 뒤로 하고 유타주로 향했다. 다시 버스로 다른 주로 장거리 이동해야 해서 컨디션이 걱정이었지만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그랜드캐년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에 설렘이 가득했다. 먼저 향한 곳은 유타주의 자이언캐년이었다. Zion이라는 이름은 몰몬교들이 처음에 발견했을 때 천국 같다고 해서 이름 지었다고 했다. 버스 창문으로 보이는 웅장한 산들에 기대감이 고조되었는데 약간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느라 약간 멀미가 왔다.


자이언 국립공원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렸더니 웅장한 산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흰구름을 두른 멋진 풍경은 내가 신선 놀음 하러 왔구나 하는 착각이 들게 했다. 붉은빛을 띠는 바위로 주로 이루어져 있고 듬성 초목이 자라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산과는 다른 풍경이어서 신비로웠다. 저 산꼭대기 위에는 뭐가 있을지 궁금해서 자꾸 올려다보았다. 하루 종일 멍 때리면서 산을 감상하면 어떨까 했지만 아직 기다리고 있는 여행지가 많았다. 자꾸 이동하라는 재촉에 아쉬운 발걸음을 뗐다.


버스로 이동해서 루비스 인이라는 곳에서 점심 식사를 했는데 샐러드 바 같은 곳이 있어서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주변에 캠핑을 위해 다양한 외국 사람들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는 게 보였다. 우리 일행이 아닌 다른 패키지여행을 온 한국인 일행들도 보였다. 우리처럼 서부 여러 도시를 도는 게 아니라 그랜드캐년 위주로 돌아보는 여행 상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도 꽤 좋은 여행 코스겠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여기서 캠핑까지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근처에 숙소를 잡고 이곳에 등산을 한다면 정말 힐링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많지 않고 버스로 구석구석 못 돌아봐서 갈수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는 배낭을 메고 혼자 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다음 도착지는 브라이스 캐년이었다. 사실 여기는 이름이 생소해서 기대하지 않고 온 곳이었고 여행 일정표에서도 그냥 눈으로 스쳐 지나갔던 곳이라서 잠깐 버스로 들르는 곳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웬걸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니 깜짝 놀랐다. 버스가 고지대까지 올라가서 약간 아래로 내려다보는 풍경이었는데 마치 탑 같은 바위가 여럿이 총총이 붙어서 절벽을 이루고 있었다. 절벽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한 곳도 있었지만 멀리 바라보는 구름과 바위가 현실에서는 상상도 못 한 조합이었다. 바위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 같았고 기이할 데가 이를 데 없었다. 저 바위 꼭대기에 점프해서 올라가 보면 재밌겠다고 혼자 상상해 보았지만 약간 아찔한 낭떠러지라서 아래를 내려보기는 무서웠다.


일행들은 내려가는 산책로를 따라 이동했지만 아이들의 컨디션 생각해서 많이 이동하지는 못해서 아쉬웠다. 그래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서 가슴이 탁 트인 느낌이었고 좋은 날씨의 파란 하늘, 구름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바로 밑이 낭떠러지여서 난간이 갖춰진 곳도 있지만 무리해서 인생샷을 위해 용감히 낭떠러지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도 약간 바들바들 떨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찍힌 것을 보니 얼굴 표정이 굳어 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다음으로 간 곳은 애리조나 주 경계 부근의 페이지라는 곳의 홀슈스밴드였다. 말굽 모양으로 협곡이 굽이치는 모양이라 유명한 곳으로 삼성 TV 광고 등에 웅장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줄 때 많이 나오는 명소이다. 와이프는 여행 전에 이곳을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꼽아서 가기 전부터 기대하는 모습이 이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한 20분 정도 걸었는데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보였다. 관광객이 많아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고 절벽이라 발을 잘못 디디면 사진이고 뭐고 황천길이라 조심조심 풍경을 감상했다.


말굽 모양의 협곡은 생각보다 사이즈가 굉장히 커서 놀랬고 강에 떠다니는 배가 조그맣게 보여서 실제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좀 더 멋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자 하는 사람들 덕분에 포토 스폿에 해당하는 곳에서 사진 찍는 것은 힘들었지만 인생샷 몇 개 건진 것으로 만족했다. 해 질 녘이라서 천천히 해지는 것을 감상하면 좋을 것 같았지만 관광객들이 너무 많은 터라 고즈넉하게 여유를 가지고 감상 하긴 힘들었다. 이런 것도 관광이려니 하는 마음에 아쉽지만 버스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저녁 식사는 흥겨운 컨트리 음악을 가족밴드가 부르는 곳이었는데 두툼한 스테이크와 빵, 고구마가 나와서 실컷 먹었다. 스테이크가 살살 녹고 부드러워서 맛있었다. 많이 못 먹는 아이들 것까지 먹으니 배가 빵빵해졌다. 여행 와서 살이 많이 찐 것 같아서 걱정이 좀 되었지만 체력이 달릴까 봐 일부러 좀 많이 먹어 두었다. 여행 내내 많이 걷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다 보니 슬슬 체력이 달렸지만 내일 또 재밌는 것들을 구경한다는 생각에 피곤하지는 않았다.


저녁에 묵을 페이지의 숙소는 홀슈스밴드와 가까이 있었고 주변에 상가 같은 것이 없어서 라스베이거스의 밤과 사뭇 달랐다. 조용하고 깔끔한 숙소가 가장 맘에 들어서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주변에 인가가 없어서 밤하늘을 감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저녁때부터 비구름이 몰려와서 별을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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