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
editor. 깐풍
새해엔 다들 무언가를 이룰 생각을 한다. 운동이나 독서를 습관화한다던가, 자격증을 딴다는 등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더하는’ 행위를 통해 이루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무언가를 포기함으로 인해 더 나아갈 수 있는 경우가 있다. 2024년 올해는 빼기의 미학을 통해 한 해를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제대로’ 요리하기
2023년 목표에 ‘취미로 요리하기’를 적으며 나는 ‘새해엔 취미로 요리를 한주에 한번은 해야지’라고 다짐했다. 그 다짐은 당연히 지켜지지 못하였고 소화하기 힘든 요리책들을 남겼다. 평소에 들어보지도 못한 재료가 필요한 파인다이닝급 요리들을 다루는 책, 대학교 교재 2권을 합친 것 같이 무겁고 두꺼운 책 등등… 꺼내본 요리책들에는 거창한 요리만 하려했던 작년의 내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있었다. 요리를 할거면 모두가 놀라면서 좋아할만한, 그럴듯한 요리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실제로 처음엔 가능했고 완성된 요리를 보며 뿌듯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싸고 오래 걸리는 요리를 한 주에 한번 하다보니 시간, 돈, 체력이 모두 부족해졌다. 비단 요리뿐만이 아니었다. 어떤 걸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한다’, ‘그럴듯하게는 보여야한다’는 강박으로 임하다보니 좋아하던 것들이 무거운 짐이 되어있었다. 나는 그 무거운 짐들의 무게에 짓눌리며 2023년을 마무리지었다.
2024년 목표에 다시 ‘취미로 요리하기’를 적었다. 다만 이번에는 욕심을 좀 버리고, 거창하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요리를 해보려한다. 중간에 힘들면 쉴 것이고 재미없어지면 그만둘 것이다. 2024년이 제대로 안 흘려가더라도 어떤가. 내년도 있을텐데.
editor. 성산
미련있는 것은 깔끔하게 털어버리는 새해가 되길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새해입니다! 우리는 내일부터, 다음주부터, 다음달부터, 다음 학기 혹은 분기부터, 내년부터 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되는데요. 마냥 일을 미룬다고 하기 보단 지금의 기운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꼭 운동해야지, 계획적인 사람이 되어야지, 자격증 꼭 따야지.-
막상 이런 기분을 가지고 다짐을 해도 그저 작심OO으로 끝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며칠 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작심삼일이라도 10번 작심하면 한 달이 되지 않느냐고. 저는 작심'삼일'보다 '작심'삼일인 사람이기 때문에 (작심을 더 높이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말에 동의했네요. 꾸준히 한다는게,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발판삼아 계속 '작심'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저도 새해니까, 올해는 미뤄두고 미뤄두었던 운전면허 학원을 등록했습니다. 지금밖에 딸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저는 지금 새해 버프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새해니까. 지금까지 고민해왔던 것을 시작해보는거예요. 처음 잡아보는 운전대에 면허를 한 번에 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시작했으니까, 시작한 마음이 아쉬워서, 돈이 아까워서 뭐라도 계속 잡고 갈거예요. 저는 시작하는 기분을 조금 더 가져가보려고 합니다.
새해에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도 있지만, 묵혀왔던 것을 털어버리는 것도 있어야겠죠. 저는 원하는 것,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고민않고 바로바로 사버리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들이 제 옷장속에 잠들어있어요.
코로나가 한창 심했을 때, 저는 대학교 1학년 새내기였는데요. 학교는 못나가지, 주변에선 다들 알바를 시작하지, 저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페 알바와 미술학원 선생님을 병행하면서 1년을 보냈네요! 어디 쓸 곳이 없어서 모아둔 돈이 꽤 됐었어요. 그래서 카메라를 새로 살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던 저는 학교에서 미디어 수업을 듣고 사진 분야에 더욱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실력빨도 뭣도 없으니 장비빨이 필요했고, 모아둔 돈을 전부 카메라 장비에 쏟아붓기 시작했던 거예요. 저의 로망이었던 니콘의 풀프레임 바디에, 렌즈에, 수업 끝나고 직거래하러 돌아다니고. 하지만 결국 손이 가는 물건들은 또 따로 있다고 방치되어있는 렌즈가 있네요
탐론의 초광각 렌즈 15-30 mm SP F2.8 Di VC USD 니콘마운트입니다.
넓은 풍경을 담아내고싶다고…무작정 사버린 렌즈. 중고가로도 꽤 부담스러운 가격에 샀는데 정작 제가 손이 가질 않아 안타까운 아이입니다. 손떨림 방지 기능도 있고 렌즈가 앞으로 동그랗게 튀어나와있어 15mm에선 정말 넓은 화각을 보여주는 좋은 아이인데요. 카메라 장비가 예민하다보니 그동안 거래하기 부담스럽기도 했고, 저에게 있어서 비싼 값을 주고 산 것들은 보내주기도 힘든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쓰겠지, 산 게 아까워, 이런 마음들이 들어요.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놓아주는 것이 저에게는 더 힘든 것 같습니다.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아쉽고 뭔가 자신이 진 기분이 드는 것 같아요. 놓아주는 것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인 것을 알아도, 망설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성격이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으로도 드러나는 걸까요? 그래서 새해를 발판 삼아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해주는 새해니까요! 계속 고민해왔던 것을 해결해보자고요. 제가 새해에는 포기하게될 것! 포기해야할 것은 이 친구네요. 올해는 이 친구가 쓸모를 다 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주고 싶어요. 이 글을 보고계시는 분들 중에서도 관심있다 하시면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