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엄마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자주,
생각보다 깊게.
아이를 안고 밤새 걷는 순간,
편의점에서 기저귀를 들고 결제를 하는 순간,
서툴게 미음을 끓이다 눌어붙은 냄비를 바라보던 순간.
그 모든 장면마다
문득 문득 떠오르는 얼굴은
바로 내 엄마였어요.
아이가 열이 나고,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는 채
병원에서 대기하던 그날.
나는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요.
머리는 식은땀이 흘렀고,
입안은 말라붙고,
손끝은 떨렸어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도 나 키울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 마음, 그 떨림… 나도 똑같이 겪고 있구나.”
그때서야 알겠더라고요.
엄마도 완벽하지 않았고,
수없이 흔들리면서 나를 키웠다는 걸요.
그녀에게는 상처였던 말들
어릴 적,
엄마의 말이 듣기 싫어 방문을 쾅 닫은 적이 있어요.
무뚝뚝한 아빠에게
“왜 맨날 일만 하냐”며 화를 낸 적도 있었어요.
그땐 몰랐어요.
그 말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그 침묵이 얼마나 외로운지.
하지만 지금은 알아요.
내 아이가 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때,
나도 그 기억을 떠올리며 말없이 참고 웃어요.
그리고 아주 늦게,
아주 조용히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속으로 중얼거리게 돼요.
마음을 숨긴 사람이었다
나는 늘 부모는 강하다고만 생각했어요.
아이보다 먼저 울면 안 되고,
지쳐도 드러내면 안 되는 사람.
하지만 엄마가 되어보니 알겠더라고요.
그들은 언제나
‘부모 역할’을 해내기 위해 자기 마음을 감춰온 사람들이었다는 걸.
엄마도, 아빠도
매일 자신을 밀어내며
나를 먼저 앞세웠던 사람이라는 걸.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왜 엄마는 늘 나보다 먼저 밥을 먹지 않았는지,
왜 아빠는 말없이 지갑을 내밀었는지,
왜 두 분은 늘 힘든 기색 없이 웃으려 했는지.
그건 사랑이었어요.
말로 하기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던, 묵직한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나는 이제야 비로소 배우는 중이에요.
엄마가 된다는 건
과거의 부모를 다시 이해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왜 그랬는지,
그때는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는지
지금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어요.
어릴 적엔 이해할 수 없었던 수많은 순간들이
지금의 내 육아 속에서 하나씩
천천히 의미가 되어 돌아오고 있어요.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이해하는 데 평생이 걸리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늦게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