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내어, 하늘을 보다.

바쁜 하루를 안아주는 푸른 순간

by 도토리 Dot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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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쫓기고, 일에 쫓기며

늘 앞만 보고 걸었습니다.

내가 가는 길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에요.


하루에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어 하늘 한 번을 바라보질 못했네요.

뭐 그리 바쁘다고

하늘 한번 바라볼 여유조차 없었을까.


오늘, 아이의 손끝을 따라 올려다본 하늘은

눈부시게 따듯했고,

내가 놓치고 있었던 "여유"였으며

간절히 원하던 "위로"였습니다.


찌푸리고 있는지도 몰랐던

내 얼굴은 순간 미소로 채워졌습니다.

찡그리고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저 하루를 버티느라

표정조차 잊고 있었나 봅니다.


하늘을 바라보며 번지는 미소에

비로소 내 표정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얼굴로 아이를 마주하고,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구나...


하늘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내 마음은 자주 그 하늘을 놓치고 있었네요.


잠깐 올려다본 하늘 하나가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

오늘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것입니다.


시간 내어,
하늘을 바라보는 하루.

그건 어쩌면, 바쁜 하루를 살고 있는 나를

잠깐 안아주는 시간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서랍>


신랑을 챙기고, 아이들을 챙기고,
막내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어느 날과 다르지 않은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등원길.

갑자기 아이가 하늘을 가리키며 말하더군요.
“엄마, 아빠 꼬꼬!”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알아차렸습니다.


아빠 꼬꼬는 세 살 된 우리 아이만의 표현으로
'파란색'이자 '아빠 상어'를 뜻하는 말이에요.


"아빠 꼬꼬!" 말하며

고사리 같은 아들의 손이 가리킨 그곳엔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어요.


그저 아이의 손끝 따라 올려다본 것뿐인데
세상이 멈춘 듯, 갑자기 모든 게 느려졌습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하늘을 올려다본 게 언제였더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매일이 바빴어요.
아침도, 낮도, 심지어 저녁까지 마음이 쫓기듯 흘러갔죠.


오늘, 아이 덕분에 오랜만에
하늘을 ‘보고’, 하늘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미소 지었습니다.


고마워,
엄마보다 먼저 하늘을 봐줘서.
세상 누구보다 맑은 눈으로,
세상 가장 푸른색을 알려줘서.


“아빠 꼬꼬”라는 말 한마디 멈춘 걸음,

그 짧은 순간이 제 하루를 맑게 했습니다.


"아빠 꼬꼬!" 그 한마디가 알려준

눈부시게 푸르고 따듯한 하늘

이제는 매일 시간 내어 그 하늘을 바라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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