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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보다 몸이 정직하다

멈춰야 하는 순간, 몸은 먼저 알아차렸다.

by 도토리 Dot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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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달려오던 어느 날,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마음은 더 달리길 원했지만
몸이 “그만하자”며, 조용히 멈춰 섰습니다.


온몸이 저릿저릿.
눈을 뜨기조차 버겁고,
마지막 에너지까지 아낌없이 쓰고 바닥이 났습니다.


나는 쉬지 않고 달려왔고,

쉬어야 할 때도, 울컥할 때도
“조금만 더”를 외치며 밀어붙였다는 걸.


몸은 마음보다 정직합니다.
마음이 ‘아직 괜찮다’고 속삭일 때도
몸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한계가 가까워졌다는 걸.


그래서,
오늘은 잠시 모든 것의 스위치를 내려봅니다.

하루쯤은 늦게 일어나도 괜찮고,
하루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안아주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길엔
쉬어가는 벤치도,
잠깐 숨 고를 그늘도 필요합니다.


마음이 멈추지 않을 때,
몸이 대신 브레이크를 걸어줍니다.
그건 실패도, 게으름도 아닙니다.


그저,
다음을 위한 멈춰야 하는 순간이었을 뿐입니다.



<작가의 서랍>


매일 저를 다그쳤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닌데

감시하는 사람 하나 없는데,

스스로 사감선생님이 된 것처럼

계획을 세우고, 기한을 정하고

한치의 틈도 없이 밀어붙이는 하루들이 쌓였습니다.


그러다 결국 탈이 났습니다.

눈은 무겁고 온몸은 저릿저릿.

땅이 나를 끌어당기는 것 같았고

모든 중력이 내 몸에만 적용되는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고,

준비해야 할 행사도 코앞이었는데,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매일 2-3시간씩 자면서 컴퓨터 앞을 지켰습니다.


브런치스토리는 꼭 써야 했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도 빠지지 않게 하고 싶었어요.

시간을 쪼개며 매일 하나의 루틴처럼

그 모든 것을 마감하듯, 쫓기듯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몸이 그만 멈추라네요!

마음은 계속 더하라고 외치는데

"이제 그만! 멈춰야 할 시간이야!"

라며 몸은 단호하게 멈춤을 선택했습니다.


그래, 쉬어야 하는 거구나

그래야 또 달릴 수 있으니까..


몸의 신호를 따라 오랜만에 길게 잠을 잤습니다.

새근새근 잠자는 아이옆에서

코롱코롱 숨소리를 들으며

오늘의 나를 이렇게 채워봅니다.


잠시 쉬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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