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마음
나이가 마흔을 넘기니,
마음을 다해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서로 웃으며 예의를 지키고,
관심사도 나누지만
속마음 끝까지 보여주는 사람은
이제 아주 드뭅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땐 하루에도 두세 번씩 보고,
전화도 끊임없이 하던 사이였는데,
어느새 각자의 삶을 살고 연락조차 뜸해졌던 친구들.
그런데 6개월 만에 만나도,
1년 만에 만나도,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익수하고 편안했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장난을 던지고, 웃음이 터지고
서로의 표정만 봐도 무슨 말인지 통하는 순간들.
서로의 머릿속에만 남아 있던 장면들이
하나씩 꺼내지고 그 조각들이 모여
다시 그 시절의 우리를 데려왔습니다.
지금의 삶은 제각각이지만
우리 사이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시간들이 있습니다.
그 시절의 기억 하나만으로도
다시 따뜻해지는 관계.
그게 '오랜 친구'의 힘이겠죠.
가끔은 새로운 인연보다
이렇게 오래된 인연이
더 깊이 나를 지탱해 줍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 한결 가볍고 따뜻했습니다.
그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든든해집니다.
<작가의 서랍>
마음이 텅 비고,
외로움이 극에 달했던 어제.
내 마음이 점점 옅어져 투명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어디에도, 누구에데도 나를 온전히 기대기 어려운 날이었어요.
이대로는 안되겠다! 가장 오래된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모이자!"
그 한마디에 바로 달려와주는 사람들.
그저 눈을 마주쳤을 뿐인데,
손을 한 번 잡았을 뿐인데,
말 한마디 없이도 금세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사회라는 낯선 무대에서
차가운 말들과 시선에 방전된 마음이
마치 급속 충전기를 꽂은 듯
한칸, 한칸
아주 빠르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오랜 친구란,
사라지지 않는 따뜻한 전류 같아요.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마음의 충전소.
덕분에, 나는 그 따뜻함으로 다시 살아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