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은 완벽했지만… 중력은 진심이었다
텔레비전 속,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
직장인, 인터뷰어, 어느 모임의 발표자
그 얼굴들을 보며 문득 생각했어요.
"어? 내가 생각한 내 또래 모습보다
열 살, 아니… 열다섯 살은 더 많아 보이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아,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보겠구나.
내 마음은 여전히 20대에 머물러 있는데
나는 40대입니다.
한창 예쁘게 피어난 꽃처럼
설레는 마음도,
도전해보고 싶은 열정도
그 시절 그대로인데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마음은 여전히 뜨거운데
몸이 먼저 지치고,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을 땐
괜히 서운해지기도 합니다.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하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웃으며 듣곤 했는데,
이젠 그 말이
슬그머니 내 입에서도 툭, 튀어나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마음이 아직 살아 있고,
설렘이 남아 있으니까요.
언젠가 50대의 나, 60대의 내가
지금의 오늘을 돌아봤을 때
이 순간의 나는 분명
여전히 아름다운 시절일 겁니다.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더 빛나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서랍>
아이와 함께 체육관에 갔습니다.
멀리뛰기 판을 보자 신난 딸은
껑충껑충 뛰기 시작했어요.
160cm, 165cm, 168cm —
점점 높아지는 기록에 딸은 더없이 신났습니다.
그 순간,
제 안에 숨어있던 "왕년의 멀리뛰기 여왕"이
슬그머니 고개를 듭니다.
"비켜봐~ 엄마가 말이야
예전에 멀리뛰기 S등급이었다고!!!"
폼부터 제대로 잡습니다.
두 팔을 흔들고, 무릎을 굽히고 반동까지 완벽했죠.
하나, 둘, 셋!
온 마음 다해 힘껏 뛰었습니다.
..... 쿵!!!!
착지 소리는 참으로 묵직했고,
기록은 145cm!!!!
마음은 170cm였는데 말이지요
순간 민망했지만,
한편으로는 웃음이 났습니다.
나이가 들면
마음과 몸 사이가 멀어진다지만,
그것까지 유쾌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폼은 완벽했잖아요.
무엇보다 마음이 진심이었으니까요.
이렇게라도 웃을 수 있다면
나는 아직 괜찮은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