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지만 오래 남는 것, 향기.
향기는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고 합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있었는지 희미해져도
그때 맡았던 향만큼은 선명하게 떠오르는 순간이 있죠.
어릴 적 엄마 옷장에서 풍기던 따뜻한 비누 냄새,
첫사랑이 스쳐 지나갈 때 맡았던 은은한 향수,
비 오는 날 도서관 창가에 앉아 책장을 넘길 때 풍기던 종이 냄새.
향기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가 잊었다고 생각한 순간들을
가장 조용히, 가장 깊게 되살려주는 것도 향기입니다.
또 어떤 향기는 사람을 설명해주기도 하죠.
말보다 먼저 다가오는 이미지,
눈빛보다 진하게 남는 인상.
그래서 우리는 어떤 향기를 맡으면,
그 향보다 먼저 어떤 ‘사람’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향기는 결국 ‘기억’이고, ‘감정’이고, ‘관계’ 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늘 무언가의 향기를 남기며 살아갑니다.
그 향이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면서요.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은은하게 떠오르는 향기 같은 사람이길 바랍니다.
<작가의 서랍>
향수 만들기 체험을 다녀왔습니다.
향을 고른다는 건 단순히 ‘좋은 냄새’를 찾는 게 아니더라고요.
나를 닮은 향, 나를 설명해 주는 향,
어쩌면 말로 하기 어려운 나의 감정을
향으로 대신 말하는 시간이었달까요.
수많은 향료 중에서 6가지 향료를 고르고,
조향사의 도움을 받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향수’를 만들었습니다.
시향을 했을 때,
내가 너무 좋아하는 향기가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정말 내가 만든 향이 맞아?’
그 순간만큼은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된 기분이었어요.
함께 체험한 친구들의 향수를 맡아보았는데,
놀랍게도 그 누구와도 향이 겹치지 않았습니다.
같은 향료가 들어간 친구들도
선택과 배합이 다르니 모두 각자의 분위기를 품고 있더라고요.
‘향’이라는 건 참 신기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깊이 스며드는 것.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향기를 가진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똑같은 향이 없듯,
똑같은 사람도 없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오늘 나는,
내 안에 숨어 있던 향기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