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는 12년 만에야 알았을까

내겐 너무 당연하지만, 상대에겐 처음일 수 있다.

by 도토리 Dot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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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내가 늘 마음에 두고 사는 것을
상대도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습관,
나를 지탱해 주는 작은 루틴,
혹은 잊지 못하는 감정의 결까지도—

곁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라 여깁니다.


하지만 의외로,
상대는 전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내겐 너무나 분명하고 익숙한 일인데도
말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지요.


사랑도, 이해도, 배려도
결국은 ‘전해져야만’ 닿는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우리는
가끔은 너무 당연해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용기 내어 꺼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내겐 평범한 하루의 일부지만

상대에겐 처음 듣는 고백일 수 있으니까요.




<작가의 서랍>

커피 수혈.
매일 아침,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은
이제 제 하루를 시작하는 필수 루틴이 되었습니다.
벌써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습관이지요.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하루가 온전히 열리지 않습니다.
아침 첫 모금을 삼키는 순간,
어제의 피로가 밀려나고
비로소 오늘이 시작된다는 신호가 켜집니다.


아침의 커피는 저에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되어
하루의 시작을 밝혀줍니다.


얼마 전 신랑과 이야기를 나누다
조금은 놀란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는 제가 커피를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요.
하루에도 두세 잔은 늘 마시니까요.


그런데 “아침의 첫 커피가 꼭 필요하다”는 건
이제야 알았다고 하더군요.
12년을 함께 살면서도
그 작은 루틴까지는 몰랐던 겁니다.


내겐 너무 당연한 일이라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다고 여겼지만,
상대에게는 전혀 닿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걸요.


서로의 곁에서 오래 살아가도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전히,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알아가야 할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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