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느려서 불안한 게 아니라, 세상이 너무 빠르기 때문이야.
나는 왜 이렇게 느릴까.
나는 왜 여전히 제자리에 있을까.
하루하루를 분명 살아내고 있는데,
왜 나는 계속 뒤처지는 기분이 드는 걸까.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걸까.
앞이 보이지 않는다.
불안은 자꾸만 나를 붙잡고,
의심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이대로 포기할까…
그만두면, 편해질까.
침묵 속에서도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이 길이 맞는 걸까?'
그 물음은 습관처럼 따라온다.
누구도 이 길이 맞다고 확신해주지 않는다.
아무도 감히 못 한다.
세상은 마치 달리기 경주 같다.
빠를수록 유능하고,
먼저 도착한 사람만 박수를 받는다.
모두가 앞서 가는 것처럼 보이니까
느린 나만 틀린 것 같고,
멈춘 나만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건 내 속도가 잘못된 게 아니라,
세상이 너무 빨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거북이는 달리지 않았지만,
결국 도착했다.
거북이는 숨을 고르며 걸었다.
세상은 몰랐겠지만, 그 시간 속에서
거북이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나도 그렇다.
나는 지금 달리는 대신
내 걸음을 믿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그 느린 걸음으로
조용히 나를 데려가는 중이다.
<작가의 서랍>
요즘 자주 생각합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일까.
첫 시작은,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던 내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작가 양성과정을 덜컥 신청했고,
낯선 도구들, 서툰 글
그 속에서 진심 하나만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갔습니다.
성과공유회에서 2등을 했지만,
솔직히 1등이 부러웠습니다.
국문과 출신, 방송작가였던 그녀의 작품은 완성도가 높았고,
이야기를 전하는 데 익숙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좀 더 다듬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네 번째 도전 끝에 겨우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에 작가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모든 것이 빨랐고,
나는 마치 거북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이해받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나도 괜찮은 작가야’라고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요.
질투가 밀려왔고, 비교가 따라왔습니다.
비교할 필요도, 질투할 이유도 없는데 말입니다.
(실제로 그 작가님은 참 뛰어났습니다. ^^)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촉했고,
결국, 나를 무너지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초조해지고 지쳐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마다의 시작점이 다르다는 걸
<토리의 사라진 열매>는 아이에게 들려주기 위해 시작한 이야기이자,
내가 걸어가는 첫 번째 길이었습니다.
막연하게 불안했던
느린 내속도의 잘못이 아닌,
세상이 너무 빨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는 것을,
이 길을 계속 가기 위해선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어야 했습니다.
재능이 아니라 "방향"을,
속도가 아니라 "마음"을.
조금 느려도, 조금 서툴러도,
내가 가야 할 이유를 가진 사람이란 걸
오늘도 다시 말해봅니다.
거북이는 달리지 않았지만,
결국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나도,
천천히 나를 데려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