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냅 둬"의 의미

엄마의 사랑 표현

by 이연화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이 스스로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 헬렌 켈러


어릴 적, 엄마와 함께 고추밭에서 일하던 기억이 난다. 고추밭의 비닐을 걷어내는 날, 나는 고추밭 한가운데서 호미를 들고, 개미를 보면 땅을 파헤쳤다. 땅을 파헤치다 보면 개미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땅속으로 이어지는 길들, 개미 알들이 모여 있는 방, 바쁘게 움직이는 일개미들. 나는 그 작은 세상에 흠뻑 빠져들었다. 신기했다. 개미들이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움직이는지, 그들의 왕국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끝이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호미로 개미굴을 파고 있었다. 그때, 언니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막내 또 땅 파고 있어요."

엄마는 고추밭을 정리하며 내게 한마디를 했다.

"냅 둬."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개미굴을 관찰했다.


딸기밭에서 딸기를 따던 기억이 떠오른다. 딸기꽃에 앉아 꿀을 모으고 있는 벌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는 그저 넋을 잃고 벌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언니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막내 또 딸기 안 따고, 딸기 꽃만 보고 있어요."

그러자 엄마는 "냅 둬"라고 하셨다.

나는 내게 "냅 둬"라는 말이 주는 의미로 내 관심을 그대로 두고 보고 싶은 대로 하라는 뜻으로만 생각했다. "냅 둬"라는 말은, 그때의 나에게는 단순히 '그냥 내버려 두라는' 뜻이었다. 커가면서 점점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그 흥미를 따라가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울 수 있게끔 배려해 주신 것이라는 것을 아무리 바빠도 방해하지 않으셨다. 내 작은 세계를 그대로 지켜주는 것이 엄마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말을 들은 동네언니였던 A 씨는 나에게 말했다. "그 말은 무관심과 무책임이었어. 엄마가 네게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듣고 지나갔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냅 둬'라고 한 말에 담긴 사랑을 몰랐던 것이다. 그 말은 무관심이 아니었다. 엄마는 내게 자율성을 주셨고, 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지켜 주셨다. 그건 단순히 '내버려 두라'는 뜻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랑의 표현이었다. 그 사랑을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때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을 때, 그 말을 되새긴다. "냅 둬." 그 말이, 나에게 주어진 자율성과 시간이란 선물이었음을 말이다. 엄마가 내게 주셨던 그 작은 배려와 신뢰는, 결국 내가 세상에서 살아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가장 큰 힘이었다. 지금도 가끔씩 내 아이들에게 "냅 둬"라고 말할 때가 있다. 그때, 엄마가 내게 주었던 사랑이 내 안에서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느낀다. 이제는 내가 그 말을 통해 내 아이들에게도 스스로의 길을 가도록 돕고 있음을 알게 된다. "냅 둬"라는 말은 단순히 내가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무심한 말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과, 그들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마음에서 나온 사랑의 표현이다. 엄마는 그 말속에서 나를 존중하고 믿어주셨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랑을 이어가며, 나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냅 둬"라는 말은 이제 나에게 더 이상 외면이나 무관심이 아니다. 그 말은 내가 할 수 있다는 믿음과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사랑이다.


"냅 둬"라는 말은 주로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이나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개입하려 할 때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상대방이 어떤 일을 두고 쓸데없이 간섭하려 할 때, "냅 둬"는 그 일을 그대로 두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즉, "그냥 내버려 둬", "간섭하지 마" 또는 "내가 할 대로 할게"와 비슷한 뜻을 지니고 있다. 이 말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율성을 존중하고, 누군가가 불필요하게 참견하지 않도록 부탁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떤 일이나 상황을 그대로 두고, 그 사람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라는 요청이나 지시다.


"냅 둬"는 충청도 사투리로, 표준어로는 "내버려 둬" 또는 "그냥 두어라"와 비슷한 뜻을 갖고 있다. 주로 상대방에게 어떤 일을 간섭하지 말고 그대로 두라고 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충청도 사투리에서는 특히 이런 식으로 덜 강한 말투로 말하는 경향이 있어, 상대방에게 좀 더 부드럽고 배려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엄마의 배려와 사랑으로 어른이 되어간다. 엄마에게 감사하다.


#내버려두어 #존중 #엄마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통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