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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쓴맛

결과보다 과정이다.

by 이연화

딸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울먹이는 딸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 생겼다 겁이 덜컥 났다.

"무슨 일이야. 딸! 왜 울먹여?"

"엄마! 나 시험 개 망했어."

"C 너 온 거야?"

"아니, C바닥은 아니야."

"그럼 괜찮아. 시험공부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잘 안 나와서 속상했구나. 이긍. 괜찮아. 괜찮아."

"아니! 30점 만점에 28점 맞은 애들이 많아."

"잘들 봤네. 울 딸은 몇 점인데?"

"아직 몰라. 앞반 점수만 공개됐어."

"그럼 아직 모르네. 잘 나왔을 거야. 딸랑구 점수도"

"아니! 그럴 것 같지 않아."

"이번엔 국장 못 받을 것 같아"

"괜찮아. 못 받으면 어쩔 수 없지. 담에 더 열심히 공부하면 되지"

"점심은 먹었어?"

"친구들이랑 샌드위치 먹다 말았어."

"속상해하지 말고 툴툴 털어버려. 다음 기회가 있으니까"

"몰라! 속상해. 열심히 했는데"

"끝나고 집으로 바로 올 거지?"

"응, 그래야지"

"엄마가 매콤하게 떡볶이 만들어 줄게. 울 딸 기분 풀리라고"

"알겠어."

딸과의 통화를 마치고 냉장고에 있는 떡볶이 떡살을 물에 담가두고 양파와 어묵을 자라 재료를 미리 손질해 두었다. 계란도 냄비에 놓고 가스불에 올리고 불을 켰다. 가스불의 불꽃이 딸의 마음속을 애태우는 불꽃같았다.


부모는 아이들이 속상해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괜찮다는 말과 아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만들어 조금이나마 기분이 풀리도록 도와주는 것밖엔 없다.

그래도 처음 통화할 때보다 목소리가 조금 수그러든 것 같아 걱정이 덜되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면 좋을 텐데 열심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 화도 나고, 억울한 마음도 든다. 고민한다고 결과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툴툴 털어버리고 다음 시험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더 노력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 노력을 한다 해도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경우 포기하는 선택을 하거나 자신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며 강도 높은 노력을 선택하기도 한다.

선택의 차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한 나를 인정하고, 칭찬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분명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문제를 찾고, 노력을 더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인생은 쓰다 하지 않았던가!

인생의 쓴맛을 봐야 인생의 참맛을 알게 된다.

인생의 다양한 맛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도 쓸모 있는 삶아 되어주지 않을까 한다.


오늘의 내 인생의 맛은 어땠나?

내 인생의 맛은 청양고추 한 조각 넣고 끓인 적당히 칼칼하고 구수한 된장국 맛이었다.

인생의 쓴맛 경험한 딸이 조금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기에...

더 쓰디쓴 인생의 맛을 느끼는 날이 오더라고 딸은 잘 견디고 버텨낼 거라 믿는다.

딸의 인생을 응원하며 딸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매콤 달콤한 떡볶이를 만든다.


#인생의 쓴맛 #결과보다과정 #응원의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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