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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광현 Dec 15. 2022

25명의 화가가 건네는 위로

진병관-위로의 미술관

시중에는 많은 미술 관련 서적이 나와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비슷비슷한 내용의 책들도 참 많죠. 유명한 작가들의 일화는 널리 알려졌기에 새로울 거리가 부족하니 책의 성패는 어떤 주제로 구성이 되었는지(필자의 해석)에 따라 갈리는 듯합니다.


제 경우에는 직업의 특성상 의무적으로 사서 보는 일이 많지만 만족도가 높은 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공부하는 느낌은 이미 전공서적으로도 충분했으니 다른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같은 이유로 지인들에게 미술서적을 추천받으면 참 난감한데, 보통은 많은 분들이 미술사보다는 위대했던 예술가들의 일화를 좋아하는 것으로 체감했으나 일반화시키긴 어렵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책을 읽으니까요. 추천을 한다면 재미와 정보 두 가지 모두를 갖춘 책이 좋은 것 같습니다.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던 진병관 작가가 위로의 미술관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벅스뮤직과 엠넷 미디어에서 일하던 감각을 발휘해 파리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로 미술이야기를 하는 작가의 배경에 눈길이 갑니다.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1장에서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 날의 그림들, 2장 유난히 애쓴 날의 그림들, 3장 외로운 날의 그림들, 4장 휴식이 필요한 날의 그림들이란 주제를 정해 메시지에 맞는 작가를 선정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위로의 미술관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작가는 우리들이 일상에서 겪는 좌절과 실패를 위대한 예술가들이 겪었던 일화를 통해 동질감을 느끼며 치유받기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늦은 나이에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 어려움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작가들, 고독과 외로움과 싸워왔던 예술가들, 작품 자체만으로 휴식이 되는 그림들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챕터를 넘어갈수록 점점 설득력이 생깁니다. 때로는 경멸과 무관심을, 지독한 가난과 불행을 이겨냈던 그들을 보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겠죠. 각기 다른 상황에서 예술을 위해 일생을 바쳤던 그들의 공통점은 신념과 희망이 없었다면 그런 삶을 살 수 없었다는 겁니다. 매년 보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타들에게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지 않던가요?


미술사를 통틀어 보아도 자신이 예술을 했던 당대에서 부와 명예를 모두 이뤘던 작가들은 극히 드뭅니다. 절대다수의 작가는 자신만의 '영원한 빛'을 찾는 순례자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순간을 포착하고자 빛을 너무 많이 서 시력을 잃기도 하고 광인 취급을 받기도 하며 전쟁으로 자식을 잃은 슬픔을 총칼을 대신해 붓으로 달랬었던 위대한 거인들. 숭고한 삶이란 종교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죠.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의 발자취를 보며 감동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위로가 필요했던 건 그들이었습니다. 지지가 필요했던 시기에 곁에 있을 수 없었던 우리는 그들의 그림과 그들의 일생을 이해하고 연민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위대한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위대한 삶을 살았던 그들에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위로를 건넵니다.


"네? 위로를 받는 것이 아닌 오히려 위로를 해주는 책이라고요?"


이 책의 뒷 페이지에 작가의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이 미술관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예요.


위로를 건넬 수 있어 내가 따듯해지는 책, 위로의 미술관이었습니다.


 

Ivan Aivazovsky - ninth wave 1850






1. 작가는 '그림의 뒷면'이란 코너를 책 말미에 만들어 용어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미술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 도판도 작가의 작업이 언급되면 전부 큼직하게 실려 시각적인 이해를 도우며 가독성이 높은 글을 통해 25명의 작가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3. 고흐, 고갱, 르누아르처럼 유명한 작가들로부터 콜비츠, 아이바좁스키, 칼 라르손 같은 낯선 작가들을 망라해 깊이를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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