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만드는 삶의 의미

갈매기의 꿈 독후감

by 돌인간
IMG_2334.jpg 갈매기의 꿈, 리차드 바크
기껏 1m 정도 되는 날개와, 겨우 비행 지도에나 써 넣을 정도의
비행술밖에 없는 갈매기로 자신을 옭아매지 말라는 것이다.


매일 아침 겨우 눈을 뜨고 급하게 씻은 후에 사람이 가득한 지하철에 몸을 싣고 회사로 향한다. 회사에서 지루한 시간들을 보낸다. 내 생각과 다른 일들을 상사가 시키니 해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억지로 삼킨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은 나와 비슷해 보인다. 이런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주말만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아마 은퇴할 때까지 별다른 이벤트 없이 이런 쳇바퀴 같은 삶이 반복될 것 같다.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나중에 신나게 살 줄 알았는데 삶이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이런 삶을 거부하며 비행 연습을 한다. 갈매기 마을 사람들은 비행을 그저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 생각하고 기본적인 비행만 익힌다. 하지만 조나단은 비행 그 자체를 사랑하며 먹이를 구하는 연습보다는 비행술을 연습한다. 조나단의 부모님은 허황된 것보다는 현실적인 것을 추구하라는 아주 설득력 있는 말로 조나단을 만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을 안 듣는 갈매기는 비행 훈련이라는 자신의 가치를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고속 비행을 연습하던 어느 날, 조나단은 부상을 당하고 자기 합리화에 빠지게 된다. '그래, 나도 다른 갈매기들처럼 현실적으로 살아가야지. 난 그냥 갈매기일 뿐이고, 갈매기의 한계는 명확해.'


마치 나의 어린 시절 같다. 나도 옛날에 하고 싶은 게 있었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노력했지만 작은 시련을 겪고 난 후 자기 합리화를 하며 그만두었다. 그리고 스스로 내 한계를 만들어 나에게 갖다 붙이면서 그만둔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덜어냈다. 그러고 나서는 평범하고 안정적인 게 제일이고 남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생각 속에서 살았다.


조나단은 억지로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갔다. 지금까지 익혀온 비행술도 일부러 실생활에 사용하지 않았다. 평범한 갈매기가 되기 위해서. 그러던 어느 날 조나단은 우연한 계기로 고속비행의 비결을 알아냈다. 고속비행을 갈고닦은 뒤 부푼 기대를 안고 마을 사람들 앞에서 그것을 선보였다. 하지만 마을의 원로 갈매기는 조나단을 추방한다. "갈매기는 단지 살기 위해 먹이를 찾아야 하며, 너의 비행기술은 쓸모없고 앞으로도 쓸모없을 것이다."


사회는 변화를 싫어한다. 기술, 사상, 종교, 문화 등 무엇인가 변하려고 할 때는 먼저 저항을 받는다. 그것이 더 나은 것인지 아닌지는 사람들의 관심 밖이다. 그래서 이미 정해진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비웃음을 사거나 회유당하거나 무시당하거나 배척당한다. 그리고 자신의 기준을 따르는 사람들은 주변의 저항에 부딪히고 자기 합리화에 빠지기 쉽다. 그것을 이겨내는 사람은 소수이기에 자신도 결국 이미 정해져서 내려오는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게 된다.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나은지 부족한지, 나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갈매기 마을에서 추방당한 조나단은 자신의 기술을 이용하여 과거와는 다르게 살아간다. 유선형 급강하 후 수심 3m 아래에 있는 물고기를 볼 수 있게 되었고, 강풍을 타고 내륙에 들어가 곤충을 사냥할 수도 있었다. 더 이상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갈매기들과 싸우며 어선을 쫓아다니거나 곰팡내 나는 빵을 먹지 않아도 됐다. 또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비행연습을 하며 살아간다. 더 이상 삶에 대한 권태, 공포, 분노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다. 일상이 답답했고 왜 답답하냐고 자문했을 때 뭐라고 답할지 몰라서 다시 한번 답답했다. 나도 갈매기 마을을 떠나고 싶다. 남들이 정해놓은 의미가 아니라 나의 의미를 찾고 싶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조나단에게 두 마리 갈매기가 찾아온다. 그들은 어딘가 조나단과 닮아 보였다. 새로운 갈매기들이 안내한 곳으로 따라가 보니 그곳에는 갈매기들이 비행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비행 지도자인 설리번을 만난다. 설리번은 조나단에게 "주변의 비웃음을 이겨내고 자신에 대한 한계와 고정관념을 떨쳐낸 후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어라", "다른 관습이나 생각은 떨쳐버리고 오로지 비행에만 집중하라"라고 알려준다.


새로 만난 지도자 갈매기들에게 수련을 받고 열심히 비행연습을 한 조나단은 비행기술의 절정을 익히고 다시 갈매기 마을로 돌아가서 자신과 비슷한 갈매기들에게 비행술을 알려주며 살다 어디론가 떠난다. 비록 자신을 버린 마을이었지만 그들에게 비행술을 알려주는 사랑을 실천한 것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한계 짓고 살아간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정해져서 내려온 기준들이 정말 싫음에도 불구하고, 남들과 똑같이 살기 위해 자신을 가둔다. 물론 모두가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 특별하고 튀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개성이 보편성보다 우월하다는 뜻도 아니다. 사람들은 조화롭게 남들에게 맞춰가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조화만을 강조하며 개인의 자아실현이나 이상, 가치관을 무시하며 살아간다면 삶이 건조해질 것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혹시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내 생각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혹시 스스로 한계를 지으며 자신을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자신에 대한 한계와 기존의 관념을 걷어내고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으며 자신이 추구하는 바에 몰입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될 수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 달 30만 원으로 노후 대비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