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독후감(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2026년이 됐다. 내가 34살이 됐다는 소리다. 14살 때는 통일 돼서 군대를 안 갈 줄 알았고, 24살 때는 회사원은 절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34살이 된 지금은 '내 인생이 어떻게 되리라'는 어떤 예상도 하지 않는다.
나는 도전적인 목표를 많이 세운다. 목표를 세울 때에는 황금빛 미래를 상상하며 설렌다. 목표를 달성하는 나를 상상하며 북벌에 나서는 제갈량이 출사표를 쓰듯 비장한 각오를 한다. 지금껏 몇 개의 출사표를 던졌던가. 이제는 주위에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목표를 세우고 마지막 출사표가 되기를 소망할 뿐이다.
그러던 중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었다. 에세이를 읽고 있자니 그의 속 깊은 생각이나 살아온 인생,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살면서 앞에 하루키를 앉혀놓고 그의 인생과 철학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그의 책을 읽고 있으면 그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억지 리액션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어떻게 '해변의 카프카', '노르웨이의 숲', '1Q84' 등 훌륭한 작품들을 계속 쓸 수 있었을까?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목표 달성에 대한 책은 아니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목표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먼저 목표 설정에 관한 이야기다. 본질적인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남과 비교하기 위한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가 아닌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의 본질적인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어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면, 판매 부수나 작품상을 목표로 삼지 말고 좋은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결국은 높은 지위에 있어봤자, 좋은 상을 받아봤자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다. 외형적인 것은 실력이 있다면 따라오기 마련이므로 우리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은 본질이다.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본질적이지 않은 목표는 쉽게 동기를 잃게 만들 수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므로 전 생애주기에 걸친 목표 달성 플랜이 필요하다. 내 실력에 대한 목표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기 때문에 관리에 수월하다. 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하지만 외형적인 목표는 그렇지 않다.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내 능력에 맞는 보상이 반드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나보다 일도 못하고 게으른 박대리가 먼저 승진할 수도 있다. 그러면 사람인지라 맥이 확 풀려버리고 흥미를 잃을 수 있다.
반면 내 기준으로 내가 세운 목표는 관리하기에 수월하다. 그것을 이루어냈는지, 달성하지 못했다면 왜 달성하지 못했는지 내가 제일 잘 알 수 있다. 작년 한 해 열심히 했는지, 꾸준하게 노력을 했는지, 전략적으로 행동했는지, 혹은 (슬픈 이야기지만) 내가 재능이 있는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안다. 누구 탓할 사람도 없이 내가 만들어낸 결과이기에 목표 관리가 수월하다.
그리고 자신만의 목표를 이루며 살아온 사람은 단단하다.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가며 성장한 사람은 자신감이 넘치고 자기 주관이 있으며 타인이 나와는 다른 그들의 잣대로 나를 공격해도 굴복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무시하거나 맞설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남들의 비아냥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다. 이 또한 자신만의 본질적인 목표를 세워야 하는 이유다.
목표의 설정뿐만 아니라 목표의 성취도 중요하다. 하루키가 말하는 목표 성취의 비결은 집중력과 지속력이다. 아무리 좋은 재능을 가졌어도 오로지 그것만을 위한 고도의 집중력이 없다면 중요한 일을 달성하기 어렵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내가 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도 생각하지도 않고 3시간, 4시간씩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속력이 중요하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한두 달 하고 도중에 그만둔다면 무엇을 이루어 내기는 힘들다. 집중력과 지속력은 너무나 뻔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바를 경영하다가 30살의 나이에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것이다. 가게 일을 끝내고 새벽에 집으로 들어와 소설을 썼다. '작품상'을 욕심내지 않았고, 부족한 시간과 피곤한 몸을 탓하지 않았다. 그냥 글쓰기에 집중하며 3년간 소설 쓰기에 매진했다. 우연한 기회로 작품상을 탄 이후에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게를 접고 소설 쓰기에 매진했다.
본질에 집중하는 자세, 자기 일을 제대로 하려는 자세, 집중력, 끈기 등 그가 에세이를 통해 밝힌 그의 생각과 그의 인생이 일치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내 삶을 돌이켜보면 목표만 많고 성취는 없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일본의 작가에게 배운 것을 토대로 내 목표와 목표 성취가 올해는 다르기를 바란다. 이번 출사표가 마지막 출사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 소개] 하루키가 뛰면서 느꼈던 감정을 자세히 묘사한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지만 움직이는 다리, 물을 마실 힘도 없어 갈증을 감내해 가며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순간들 등 집념을 담은 묘사가 '노인과 바다'의 그것과 비슷하다. 달리기를 소재로 그의 생각과 일상을 엿볼 수 있고 배울 점도 많았다. 특히 아래의 문장은 읽자마자 소름이 돋아서 다시 곱씹어 읽었는데 신기하게도 다시 소름이 돋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